오랜 기간 별거한 아내와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공무원이 사망했더라도 유족연금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후처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은 공무원으로, 2017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런데 이 남편의 법적인 아내는 A씨가 아닌 B씨였다. 남편은 B씨와 10년 넘게 별거했지만,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법적인 아내인 B씨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남편이 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사망해 법률혼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혼인 관계가 해소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B씨에게 관련 서류를 서둘러 준비할 것을 요구하는 등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해 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남편의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B씨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반면, A씨는 어머니의 간호를 돕고 사후에 장례절차를 남편과 함께 치른 점 등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A씨는 남편과 사실혼 관계임을 확인하는 취지의 판결도 선고받은 바 있다”며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던 만큼, A씨가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B씨의 수급권은 박탈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의 판단에 따라 이미 받은 연금에 대한 환수처분이 이뤄질 수도 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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