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등 다수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정부지원 임대주택에 살며 자가용도 없이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조씨가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7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조씨는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될 당시까지 인천의 한 임대주택에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자신 명의의 차량을 소유하지 않았으며, 체포 당시 조씨가 운행하던 차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성착취물 제작·유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호화생활을 해왔을 것이란 일각의 추측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인천의 주거지에서 별다른 저항없이 체포된 조씨는 자택에서 1억3000만원의 현금만 발견됐다.
이를 두고 조씨의 범죄수익이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경찰은 조씨의 암호화폐 지갑주소의 입·출금 내역이 30억원대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씨가 유료방 입장료를 받기 위해 (박사방에) 게시했던 3개의 암호화폐 지갑주소 중 2개는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씨가 가장한 지갑주소 중 1개의 입·출금 거래내역이 32억 가까이 달하는데, 이것이 마치 조씨의 범죄수익인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구글 등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암호화폐 지갑주소와 자신이 사용하는 지갑주소를 ‘박사방’에 함께 고지해놓은 뒤, 실제 돈을 받을 때는 유료회원과의 1대1 대화방을 통해 자신의 지갑주소를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가 박사방에 고지한 지갑주소들의 원소유주들은 경찰 측에 ‘왜 자신들을 조씨의 범행과 연관시키느냐’며 항의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조씨의 범죄수익 부분과 함께, 박사방을 포함해 ‘n번방’으로 총칭되는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에 참여한 회원들의 수도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초 자신들의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텔레그램 방을 쉽게 폭파하고 다시 만드는 이들의 수법 등을 미루어볼 때, 26만명이란 숫자가 과장된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방에 동시에 들어간 ‘중복 회원’도 다수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 이후 확인될 참가자 수가 예측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한 암호화폐 대행업체의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조주빈을 포함한 이 대행업체의 전체 거래내역 2000여건을 제공받아 조씨의 범행과 관련된 거래내역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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