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보안요원을 정규직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적잖은 후폭풍이 일고 있다.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이 불공정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현직 정규직 노조도 헌법소원 제기 등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노동자 등 2143명을 공사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고, 공항운영 노동자 등 7642명은 공사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중 1902명의 여행객 보안검색요원들은 청원경찰으로 공사가 직접 고용한다.
공사는 지난 2월28일 제3기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협의회 합의 등을 거쳐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을 비롯해 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직원 30명 등 2143명은 직접 고용하고 공항운영 2423명, 공항시설·시스템 3490명, 보안경비 1729명 등 7642명은 공사 3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전환을 중단해달라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원 글을 남긴 청원인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니. 이들이 노조를 먹고 이들을 위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원인은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인가”라며 “사무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시험도 없이 다 전환하는 게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적었다. 또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아르바이트로 들어온 사람도 많다”며 “누구는 대학 등록금 내고, 스펙 쌓고,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싶었겠나. 이건 평등이 아니다.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럴 줄 알았으면 아르바이트했을 텐데” “몇 년간 취업 준비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 “요행이 노력을 이기는 사회” 등 ‘역차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이 문재인정부가 강조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국정방향과 대치된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공사 노동조합(정규직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청원경찰을 통한 직고용 추진은 고용안정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실업자로 내몰고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지방공항, 항만 등 타 공기업에도 심각한 노노갈등을 초래하고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공익감사를 포함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등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반대했다.
당초 공사는 보안검색 요원들을 공사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우선 채용한 뒤 법률을 정비할 계획이었다. 항공산업과 부동산 임대업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뒤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접 정규직 고용을 요구해왔다. 공사는 이들의 요구에 결국 법률 검토를 거쳐 ‘청원경찰’ 신분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같은 공항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에서는 퇴직 청원경찰 자리를 특수경비직으로 대체 채용하며 사실상 청원경찰직은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공사가 청원경찰직으로 신분을 전환해 손쉽게 직고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사의 이런 선례에 따라 전국 지방공항에 근무하는 보안검색요원(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소속)도 공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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