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 감찰하겠다는 법무부를 향해 이는 위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6일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 착수의 적법성 검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할 일이 산적한 상태고, 누구도 이 일을 대신해주지 않음에도 법무부장관께서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감찰 개시의 적법성에 대해 검토를 해봤다”며 “불치하문(不恥下問)이니 검토한 내용 중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며 글을 시작했다. ‘불치하문’이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은 신분이나 지위가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우선 박 검사는 한 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감찰을 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법무부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문제삼았다.
전날 법무부는 한 검사장의 비위와 관련해 직접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이러한 결정이 법무부 감찰규정 제5조의2(법무부 직접 감찰) 제3호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규정에 따르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찰 사건의 경우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여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경우 법무부가 직접 감찰을 할 수 있다.
박 검사는 또한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 규정에 따르면 법무부가 비위 사항을 조사 및 처리하더라도,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 등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 검사는 “추미애 장관의 언행에 비춰볼 때, 이번 감찰 개시는 채널A 기자 강요미수 혐의 사건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추측이 맞다면, 이번 감찰 개시는 상위법을 위반한 위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사징계법의 취지인 검사의 신분 보장 등을 감안할 때, 검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검사장에 대해 총장이 감찰을 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이 법무부 훈령을 근거로 바로 감찰을 개시하는 것은 검사징계법의 취지에 반할 소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검사는 “법무부장관님을 비롯해 법무부 담당자들께서는 제가 말씀드린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바로 해소해 주시거나, 혹 제 판단에 동의하신다면 법치국가의 법무부장관으로서 잘못을 바로 시정해 주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채널A 이모 전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재차 소환해 조사중이다. 전날 채널A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 전 기자를 해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일과 22일에도 이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의혹에 대한 취재를 요청하는 편지를 전달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앞서 이 전 기자는 지난 2∼3월 이 전 대표에게 네 차례 편지를 보냈고 해당 편지에는 “가족을 지키고 싶으시다면”라는 등 이 전 대표의 가족들을 거론하며 협박성 짙은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현재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피의자 신분으로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전 기자와 강요·협박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한 반발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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