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자치경찰제 운영 방안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경찰학회와 서울연구원은 13일 서울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일원적 자치경찰제 모델 검토 및 제주자치경찰 경험의 시사점’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일원적 자치경찰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한국경찰학회 이상훈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8월4일 발의된 문재인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이 기존 국가경찰 조직과 인력을 중심으로 자치경찰 사무를 이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뜨겁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학회장은 “이 안은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둔 채 자치사무를 수행하는 경찰만 존재한다”며 “단지 비용을 이유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분리나 인력분할은 하지 않아서 자치경찰의 실체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김원중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소위 일원적 자치경찰제 모델에 대한 자치성 검토’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일원화된 자치경찰제도 도입은 형식상의 자치경찰제도 모델로 국가경찰기관이 경찰사무를 수행한다”며 “자치경찰조직이 설치되지 않은 점,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심의·의결기관으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민주성과 효율성을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는 제도”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법안이 가지는 문제점 해결을 통해 지방자치에 부합하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자치경찰기관 구성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할 것 △기초 지자체에 자치경찰기관을 설치할 것 △경찰사무를 자치경찰기관에서 일원화해 처리할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경호학부 교수는 “일원적 자치경찰제는 ‘자치경찰사무는 있으나 자치경찰관은 없다’고 요약할 수 있다”며 “현 정부는 검찰개혁을 위해 적당히 경찰을 분리해 힘을 빼는 타협안 정도로 자치경찰제를 인식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황 교수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보류하되 제주자치경찰을 통해 자치분권위원회를 시범 실시하고 향후 이를 보완, 전국적 확대 실시에 대한 실증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승 전주대 경찰학과 교수는 제주자치경찰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정부는 2년 전부터 전국 확대를 계획으로 혈세를 투입해 제주에서 시범 실시한 모델에 대한 평가도 없이 권력기관 개편의 한 수단으로 새로운 안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는 당·정·청의 일방적 진행이 아닌 제주자치경찰 등 일선 현장을 잘 아는 경찰, 지자체, 전문가 등의 검토를 바탕으로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권력기관 개혁 협의회 개최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 업무·조직을 지방경찰청(국가경찰)과 자치경찰본부(자치경찰)로 나누는 이원화 모델 대신 광역단위(시·도경찰청)와 기초단위(경찰서) 조직을 일원화해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사실상 함께 업무를 보도록 한 것으로, 경찰 권력 분산의 취지가 후퇴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조직 체계를 유지하면서 국가·수사·자치 사무만 분장하는 ‘한지붕 세가족’ 형태의 자치경찰 도입안을 두고 경찰 내부의 저항도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일선 경찰관서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반발 입장문이 연쇄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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