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28일 기준 4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부작용 사례 1건이 확인됐다. 올가을‧겨울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동시 감염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독감백신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지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정부 조달 (백신) 물량의 접종 건수는 현재까지 총 10개 지역에서 407건”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179건으로 가장 많고, 부산 75명, 경북 52명, 전남 31명, 인천 30명, 서울 20명, 충남 13명, 대전·제주 각 3명, 충북 1명 순이다.
양 국장은 “어제 1명이 주사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그 외에 이상 반응이 보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질병청은 국가 조달 물량 공급 업체인 신성약품이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을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1일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상온 노출이 의심돼 사용이 중단된 백신 물량은 총 578만명분이다. 당시 질병청은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25일 이후부터 조사가 진행될수록 접종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방역당국은 올가을‧겨울철에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온 노출 백신 사고가 발생하고, 이 백신의 안전성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우려를 더한다. 상온 노출된 백신 속 단백질이 온도 변화로 인해 변형되면 백신의 효능이 변하거나, 아예 효능이 없는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둘 다 양성으로 나온 사례가 3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 청장은 “2월 말 대구‧경북지역에서 나온 동시 감염 사례로, 중증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해 최선을 다해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윈데믹 가능성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독감 백신 접종률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개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키느냐에 따라 유행의 크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상온에 노출된 독감백신을 수거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한 뒤 문제가 없으면 접종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보건당국이 문제의 백신 접종 사례가 없다는 점을 밝힌 것과 달리 접종자 수가 느는 상황이라 ‘정부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도 퍼지는 분위기다.
트윈데믹 우려에 더해 상온 노출 백신 논란까지 겹치면서 평소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까지 병원을 찾는 등 ‘백신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주말 부산‧광주 등 상온 노출 백신이 유통된 일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자녀와 함께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상경하는 ‘원정 접종’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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