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시설 93.5%·장애인시설 97.4% 사각지대 놓여
지자체, 보호구역 지정 소극적… 단속 장비 설치율도 낮아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통약자 보호구역 지정이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5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인시설 중 보호구역이 설치된 곳은 6.5%, 장애인시설 중 보호구역이 설치된 곳은 2.6%로 나타났다. 노인시설의 93.5%, 장애인시설의 97.4%가 교통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보행자 교통사고 중 노인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는 2015년 5만1759건에서 지난해 4만6682건으로 4년새 약 5천건 줄었지만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2015년 1만1532건에서 지난해 1만2249건으로 약 700건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보행사망자 중 노인 비율도 2015년 50.6%에서 2019년에는 57.1%로 증가했다.
노인 교통안전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수준임에도 지자체는 노인보호구역 지정에 소극적이다.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교통약자 보호구역 지정은 시설 기관장이 지자체장에게 신청하면 적정성 여부 조사를 거쳐 관할 지방경찰청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지자체장 재량으로 지정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기관장이 신청하지 않는다면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다. 이와 관련해 이은주 의원은 “안전 상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할 경우 기관장의 신청이 없더라도 시장 등이 필요에 의해 지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장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보호구역 내 단속장비 설치율도 낮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노인 및 장애인보호구역 내 교통단속카메라 설치 현황’에 따르면 전국 노인보호구역 1932개소 중 단속카메라 설치 대수는 전국 39대로 설치율이 2%에 그쳤다. 장애인보호구역도 전국 97개소 중 단속카메라 설치대수는 5대로 설치율이 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노인 보호구역과 장애인보호구역 내 교통단속 카메라 설치를 확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반면, 노인 교통사고는 고령화 시대의 여파로 급격히 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며 “노인보호구역 및 장애인보호구역 내 보행 안전 강화를 시작으로, 소외된 교통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보호구역의 경우 세종시와 경남도에는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기관 수를 보면 세종에는 17개의 장애인복지시설이, 경남에는 266개의 장애인 거주 및 재활 시설이 있음에도 장애인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1곳도 없는 것이다. 부산·강원·전북·전남·경북 지역에도 장애인 보호구역은 각 1곳뿐이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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