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아파트 부담 5년뒤 2∼3배로↑
중저가도 50% 이상 세부담 늘 듯
전문가, 급격한 공시가 상승에 우려
정부·여당이 현재 시세의 50∼70% 수준인 부동산 공시가격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급격한 세 부담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 중저가보다는 고가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낮기 때문에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그만큼 공시가격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
27일 국토교통부의 공시지가 시나리오별 세액 추정치에 따르면, 현실화율 90% 검토안을 기준으로 공시가격 8억원인 공동주택의 경우 재산세 부담이 올해 132만원에서 내년에는 150만원, 2023년에는 186만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737만원을 낸 공시가격 21억원 공동주택의 소유주는 내년에는 278만원 증가한 1015만원을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2023년에는 보유세 부담이 1340만원까지 커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팀장은 이날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고가 아파트 1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5년 뒤에는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예상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21억7500만원, 실거래 가격이 30억원인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9㎡)의 경우 올해 1326만원인 보유세 부담이 2025년에는 3933만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한다.
중저가 아파트도 50% 이상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세가 6억원 수준으로 올해 보유세 부담이 49만8000원인 서울 노원구 중계동 무지개아파트(59.2㎡)는 2025년이 되면 1.6배 수준인 73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광훈 변호사는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권과 조세, 법제에 영향을 미쳐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은 수시로 변동 가능할 뿐 아니라 정확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시세와 공시가격을 맞추는 것을 정책 목표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개선 방향이 현실화율 숫자에 치우치는 것보다 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래 적정가격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고, 국토부가 산출 근거에 대한 자료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15년째 불공평 과세가 지속하고 있는데 기준점이 검증되지 않으면 그 결과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토부는 이날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이달 중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여당과 논의를 거쳐 확정하게 될 것”이라며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이 없도록 보완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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