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속 비싸도 ‘똘똘한 한 채’ 고수 경향

이재문 기자
정부의 실거주·대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가 대형 아파트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규제가 ‘갈아타기’ 수요를 억누르면서 비싸도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용면적 135㎡ 초과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1억777만원으로 집계돼 처음 21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최고가다. 1년 전 18억6202만원과 비교하면 13.2%(2억4575만원) 올랐고, 2년 전보다는 14.1%(2억6010만원) 상승해 최근 1년간 상승세가 가팔랐다.
강남 지역에서는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서초·송파구의 대형 아파트들이 평균 매매값을 끌어올렸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156.86㎡는 지난달 12일 44억9000만원(27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작년 5월 34억8000만원(1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10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강북에서도 대표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168.37㎡가 지난달 3일 42억5000만원(2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1.05㎡는 지난달 9일 76억원에 계약돼 역시 최고가격 기록을 갈아 치웠다.
대형 평형을 포함한 전반적인 아파트값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매수 수요 증가와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직방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의 충격이 가해지면서 전국 아파트값의 일시적인 안정세가 4~5월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0.50%까지 인하되고, 시중 통화량의 급격히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을 다시 키웠다.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10월 기준으로 73만8000건으로 역대 1~10월 중 최다를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21년도 코로나19로 인한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산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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