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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년 6개월 법정구속… 준법감시위 활동도 ‘물거품’

입력 : 2021-01-19 06:00:00 수정 : 2021-01-19 09: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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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재판’ 사실상 마무리
파기환송심 뇌물공여 인정
삼성 또 총수 부재 사태 충격
변호인 “재판부 판단 유감”

방청석선 “너무 하신다” 흐느낌
경실련 “솜방망이 처벌” 비판
보수단체 “법치주의 사망” 주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하기로 한 것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지만 재판부가 ‘실효성 부족’ 판단을 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바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2년11개월여 만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파기환송심의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부회장은 앞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된 354일을 뺀 나머지 약 1년6개월의 형기를 채워야 한다. 이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수를 36억원으로 낮추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정씨의 말 구입비 등 50억원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이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사건의 재판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지 4년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파기환송 전 1·2심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포함하면 이번 사건에 관한 선고는 네 번째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고 다시 상고하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친 만큼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국정농단 공모자’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내부 준법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총수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삼성 측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이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선고 후 “이 사건의 본질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부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재상고 여부에 관련해서는 “판결을 검토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 측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펼쳐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달아 악재가 겹치며 오너 리스크가 전면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눈 꼭 감은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눈을 감고 있다. 남정탁 기자

 

 

◆李 “드릴 말씀 없습니다”… 구속명령에 ‘한숨’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18일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되는 순간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장이 변명 기회를 부여하자 고개를 숙이며 짧게 답했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으나 낙담한 모습이었다. “구속 통지는 변호인에게 하겠다”는 재판장의 말에도 시선은 검사석을 향했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구속영장을 집행하라”고 말하자 이 부회장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한숨을 내쉬며 바닥을 바라봤다. 방청석에선 “판사님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라는 말과 함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재판부가 법정을 떠나자 이 부회장은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등을 돌린 채 변호인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법정 구속됐다. 약 3년 만에 다시 영어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이날 선고 결과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횡령·뇌물공여 등을 인정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따라 중형 선고가 마땅함에도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 의지를 높이 판단하는 등 모순된 논리로 1심(징역 5년형)에 못 미치는 형량을 적용했다”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며 기회주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범죄의 중대성과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 등을 감안하면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은 쌍방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했으며 양형제도를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면 구속은 하지 않을 것처럼 훈계했으나 결국 이 부회장에게서 대국민 사과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다는 약속만 받은 후 법정구속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박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가 아닌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에게 말을 공급한 것을 두고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를 사용해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단정함으로써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며 “법치주의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영·이희진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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