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엊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명히 비핵화를 약속했고 비핵화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적절한 수준의 한·미연합훈련은 있어야 하지만 대규모 연합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새 행정부의 관점은 의심의 여지없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등이 세계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라며 대북전략을 새로 짜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10여일 지난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한·미 간 대북정책의 엇박자를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정 후보자는 북한의 핵포기 근거로, 2018년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에게 영변 핵시설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고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김 위원장이 약속했으니 일방적으로 믿으라는 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세 번이나 만났지만 북한은 매년 6, 7기씩의 핵무기를 늘려 지금은 70∼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일만 해도 그렇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력)을 36차례나 강조했다. 전술핵과 핵추진 잠수함개발도 공언했다. ‘비핵화 의지’가 어디 있다는 건가.
정 후보자가 언급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한반도 상황’은 사실상 축소의 의미다. 북을 자극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은 도발적이지 않은 방어적 훈련”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한·미 간 대북정책 견해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일 이뤄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첫 회의는 의미가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한 전년 대비 50% 인상이 아닌 우리 정부가 주장한 13% 인상안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미 간 대북정책의 관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4년 임기를 막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와 임기가 1년여 남은 문재인정부와는 입장이 다르다. 분명한 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전 정부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마당에 위험하고 안이한 정 후보자의 대북인식은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자칫 한·미동맹의 불신만 낳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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