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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투기자본서 경영권 지키려 美 택했나… 국내 아닌 뉴욕증시 상장 추진 배경은?

입력 : 2021-02-15 19:00:00 수정 : 2021-02-15 22: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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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 지분 2% 정도 추정
차등의결권 제도 국내엔 없어
적대적 M&A 등 견제에 취약
美선 2% 보유해도 58% 영향력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장작업 후 쿠팡의 기업가치는 55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1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뉴스1

쿠팡이 미국행을 선택한 숨은 이유로 차등의결권이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상장하면 경영권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쿠팡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시장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움직임이 차등의결권의 국내 도입에 불을 붙일지 주목된다.

 

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주식회사에서 모든 주식의 가치는 1주 1표로 대등하지만, 차등의결권은 1주로 다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허용하는 제도다. 창업주에게 다른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을 견제하고 의사결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 도입됐지만 한국에는 없다.

 

쿠팡은 주식을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나눠 클래스B는 클래스A에 비해 의결권을 29배로 부여했다. 김 의장의 소유 주식이 클래스B다. 김 의장의 지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영권 장악에 문제가 없다. 반면 쿠팡이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경우 김 의장은 2% 정도의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지키기 힘들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는 없는 차등의결권이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장이 차등의결권을 확보하면서 상장 후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쿠팡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쿠팡이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로 꼽힌다. 쿠팡은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누적적자 규모가 41억달러를 넘었다. 상장에 마이너스 요소이지만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한국에서보다 높기 때문에 쿠팡에 유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지난해 말 개정된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나 대표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등도 재계에서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재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기업공개를 통해 성장해야 하는 생태계를 갖춰야 새로운 산업이 활발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규제들이 벤처기업이 경영권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마저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쿠팡의 행보에 차등의결권의 국내 도입에 속도가 붙을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키고 경영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 중이다.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회사인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의 우려 없이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법을 개정해 전면적인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논평을 통해 “차등의결권 불인정 문제는 우리 자본시장 발전에 치명적인 결함”이라며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3월 임시국회 때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규정을 도입하는 상법개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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