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엑스 콘서트 코앞서 취소 통지
사전논의 통해 방역지침 맞췄는데…
갑자기 국가 방역기준 들이대며 취소
이소라도 지정좌석제한 콘서트 불투명
티켓판매·홍보 다 끝났는데 판 엎어
집회로 분류된 콘서트 새 기준 필요
“그거 아십니까. 정부 지침상 공연이라 불리는 것은 실상 뮤지컬에만 해당하고 콘서트는 집회, 모임이랑 같은 분류라는 것을. 그렇다면 대체 콘서트를 왜 공연이라고 부릅니까. 그리고 뮤지컬이랑 콘서트랑 뭐가 그리도 차이가 납니까. (중략)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다르기에 뮤지컬은 공연으로 분류돼 거리두기로 모객이 되고 콘서트는 집회 모임 100명 미만을 적용하십니까.”
최근 한 SNS에 올라온 글의 일부분이다. 글쓴이는 보이그룹 몬스타엑스 콘서트 스태프로, 지난 3일 콘서트 취소 과정에서 겪은 정부(지자체)의 부당함과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그는 “몇주 전부터 (지자체와) 거듭된 논의를 통해 공연해도 된다고 해서 추가 요청하는 방역 운영인원들 자체 비용을 부담하면서 모두 준수하겠다고 이야기도 나눠 왔는데, 공연 셋업(무대장치 설치) 하루 전날에 친구랑 주말 약속 취소하듯이 갑자기 안 된다고 하시면 오프(라인 콘서트)로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준비한 스태프들은 어쩌라는 겁니까”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6일과 7일 양일간 서울 예스24라이브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오프라인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스타쉽은 “당사는 이번 공연을 위해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고자 빠짐없는 준비를 해왔다”며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연에 대한 지자체의 별도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기존 ‘수도권 집합, 모임, 행사 방역지침 의무화 조치’의 ‘100인 이상 모임, 행사 금지’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지자체의 급작스러운 결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가수 이소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소라는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500명(지정 좌석제)으로 제한해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모두 소용없게 됐다. 공연을 2주가량 앞둔 가운데 관할 지자체로부터 인원 조정 지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소라 측 관계자는 “최근 용산구로부터 콘서트 관객을 100명 미만으로 조정하라는 지침을 받았다”며 콘서트 취소나 연기에 대해선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KSPO DOME(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 예정인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와 19∼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싱어게인 TOP10 전국투어 콘서트’도 개최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오락가락 지침 변경에 콘서트를 도중 취소한 가수도 있다. 보이그룹 ‘엔하이픈(ENHYPEN)’은 지난달 6일과 7일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려 했으나 6일 콘서트만 진행할 수 있었다. 소속사 빌리프랩은 “6일 1회차 콘서트 중 용산구청으로부터 급작스럽게 ‘서울특별시 용산구 제2021-1호 블루스퀘어 공연장 집합금지 행정명령 공고(처분내용: 상기 기관에서 운영 관리하는 시설 내 대규모 콘서트 집합금지)’를 받아 불가피하게 (7일 2회차) 오프라인 콘서트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대중음악 콘서트는 통상 2∼3개월 전에 장소를 대관하고, 그때부터 티켓을 판매한다. 문제는 관객수다. 현행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대중음악 콘서트는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된다. 1단계에선 콘서트 개최가 가능하고, 1.5단계에선 500명 이상이 모이는 콘서트는 지자체와 협의 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2단계에서는 관객이 100명, 2.5단계에서는 5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즉 1단계와 1.5단계를 예상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티켓을 판매했더라도, 2단계가 유지되면 콘서트를 중단해야 한다. 100명으로 콘서트를 열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소속사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지자체와 협의를 많이 해 콘서트를 진행하는데도, 방역지침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어 콘서트 자체가 도박이 돼 버렸다”며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콘서트를 열지 않으면 수입이 없어 폐업할 지경이라서 콘서트 개최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2∼3주 주기로 바뀌고 있어서 우리(지자체)도 거기에 맞춰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대중음악 콘서트는 뮤지컬이나 순수공연 등과 달리 집회·모임으로 분류돼 제약이 다소 심하다”고 밝혔다.
대중음악 콘서트를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과 같이 ‘동반인 외 두 칸 띄어 앉기’나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지키면 2단계 이상에서도 진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관할 부서에서도 이 같은 요구를 방역 당국에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대중음악계 요구사항을 절실히 이해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방역 당국에서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거리두기 체계 개편’ 공청회를 열고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지만, 초안에 대중음악 콘서트는 여전히 ‘집합·모임·행사’로 포함돼 있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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