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민 여러분의 압도적 지지로 서울과 부산 재보궐선거를 승리함으로써서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이제 자연의 위치로 돌아간다"며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양당 체제를 기둥으로 하지만, 21대 총선 결과 그러한 균형추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에 처하자 민주주의 위기를 수습하라는 소임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4·7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주신 값진 승리이고, 현 정권과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와 심판의 목소리가 고스라히 담긴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인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지난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보았듯이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세력에 의존한다든지, 그것에 더하여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러한 욕심과 갈등은 그동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걸로 착각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열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의 미래는 없다"면서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변화하여 국민의 마음에 더욱 깊숙히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코로나19 상황에 무능한 정부의 실책이 겹쳐 지금 국민의 삶은 피폐하고 암울하기 이루말할데가 없다"며 "자기 자랑에만 한껏 정신이 팔려있던 정권은 백신조자 변변이 구하지 못해 대한민국을 지구 반대편 후진국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시켜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때에 국민의힘은 새로운 정권을 감당할 수권정당으로,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더욱 철저한 자기혁신의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며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여있는 정당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룬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그는 "저는 이제 자연인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국민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치하에서 고통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잎과 같이 우리 국민의 현명하고 강인한 힘을 믿는다"며 회견을 마쳤다.
김 위원장을 회견 후 향후 일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일정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자연인이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날 의향을 묻는 질문엔 "자연인으로는 맘대로 내가 활동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10개월만에 이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여의도 차르'로 불린 김 위원장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4연패의 사슬을 끊고 완승을 거두면서 다시 한 번 '선거의 마술'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재추대론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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