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부처 이상 장관 교체 예상
정무·시민사회 수석 등 바꿀 듯
대통령 결심 따라 폭 커질 수도
與도 16일 지도부 경선 레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교체하고 5개 부처 이상 장관을 바꾸는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공직기강을 다잡아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차단하는 한편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 수습을 위한 개각으로 분석된다. 개각폭이 커지면 최대 6, 7개 부처 장관이 교체되는 등 중폭 이상의 개각이 이뤄질 수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같은 날 함께 단행될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정 총리가 바뀌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란 순방 직후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의 사의가 이미 전달된 상황”이라며 “올해 초에 문 대통령을 만나 대선 출마를 하겠다고 한 것부터 사의 의사는 전달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이날 정 총리 사퇴를 발표하면서 후임 총리 후보자를 함께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 후임자에는 문재인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하다.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여전히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정 총리의 공식 사퇴 시점은 19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국회 대정부질문 직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최종 후보 낙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총리 사퇴만 발표되고 후임 총리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총리 사퇴로 여권 내에서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대권 구도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16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시작으로 차기 지도부 선출 작업이 본격화하는 만큼 여권발 인적 개편 작업과 맞물려 임기 말 당정청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과 함께 5개 부처 이상 장관 교체도 단행할 전망이다. 인사 폭은 문 대통령 최종 결심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 여권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폭 수준 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개각 대상에는 2년 전후로 일한 ‘경제라인’ 장수 장관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파장으로 교체가 확정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도 같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 가능성도 거론됐는데, 정 총리 사퇴 및 후임 총리 취임까지의 공백을 메워야 하므로 한시적으로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홍 부총리는 후임 총리 취임 때까지 총리 대행을 맡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도 나설 전망이다. 일부 수석과 비서관이 동시에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데, 청와대 안팎에서는 16일 오후 개각과 참모진 교체를 포함한 ‘원샷 개편’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재성 수석 후임으로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남 시민사회수석과 윤창렬 사회수석 교체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윤 수석이 교체된다면 백신 수급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표를 이미 제출한 김영식 법무비서관 후임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홍보라인 일부 참모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보선 패배로 앞당긴 인적쇄신… “내 편만 쓰는 인사 탈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10여일 만에 중폭 이상 개각을 단행한다. 정세균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해 최대 7개 부처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여 임기 말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보선에서 보여준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속한 인적 쇄신은 악화한 민심과 무관하지 않다. 재보선 패배 이후 악화하는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인적 쇄신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재보선 패배 후 민심 수습에 나섰지만 지지율은 최저치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5%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20년 7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재보선 직전 4월 1주차 조사 결과(40%)보다 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 다음날인 8일 “더 낮은 자세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참여정부 때 같이 일했거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측근,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주로 발탁했다. 직전 개각 당시 내각에 들어온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모두 친문 인사다.
여당 패배로 끝난 재보선 후 이러한 인사경향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우리 편만 쓴다’는 기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립적 인사 등용을 통해 정책 쇄신과 이를 통한 국정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여권 인사는 “인사쇄신과 정책쇄신, 이를 통한 행태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정 총리 후임으로 언급되는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과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 모두 친문 인사와는 결이 다르다. TK(대구·경북) 출신인 김 전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 전 회장은 문 대통령의 부족한 점으로 지적되는 ‘통합’, ‘경제’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총리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다. 정 총리 교체가 예상되는 만큼 마지막 총리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말 국정과제 완수라는 측면에서 관료 출신 등 전문가들을 경제부처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역대 정권은 임기 말 국정과제 마무리를 위해 관료군을 대거 기용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청와대 국토비서관 출신 윤성원 1차관의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전문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30%대로 과거 대통령들보다는 높고, 민주당 내에서도 친문 세력이 확고해 정치인 등 측근 기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산업부 장관 후보로 조정식 의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로 김현권 전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군으로 전재수 의원 등이 거론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최재성 정무수석 후임으로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개각에서 문 대통령이 좀 더 폭이 넓은 인사를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색채가 강한 최 수석을 여권 비주류인 이 전 의원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인적 쇄신을 통한 국정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결국, ‘이철희’ 그다음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지 않느냐”며 “이 전 의원을 뒷받침할 다른 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국정기조 변화 요구에 대해 소극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부동산과 같은 기존 정책 전환이 쉽지 않고, 임기 말 친정체제 구축으로 국정 장악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친문진영 인사들을 다시 쓰게 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색을 배제하거나 전문가를 쓰는 등의 기류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이번 인사는 재보선 이후 문 대통령이 보내는 첫 메시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丁 대선 레이스 합류… 李 대항마로 뜨나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권 내 대선주자 지형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말 임기누수현상) 등 여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로 나뉜 여권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조사해 15일 발표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결과 이 지사 33%, 이 전 대표 11%, 정 총리 4%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가 굳건한 ‘1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합한 후보가 ‘없다’ 또는 ‘모름·무응답’ 비율도 44%로 높게 나타나 향후 이들의 향방에 따라 잠룡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여권은 정 총리가 사퇴 이후 가장 처음 내놓는 메시지에 이목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친문(친문재인)·비문(비문재인)도 아닌 독자적인 행보를 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에 구애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매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정권 지킴이’로 나서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동시에 당내에서도 ‘SK계’(정세균계)로 불리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계승보다는 중도층을 공략해 미래지향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로 대권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 독자노선 관측엔 정 총리의 적극적인 구애가 없어도 친문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분석도 깔려 있다. 현재 친문 표심이 갈 곳을 잃었다는 계산이다. 재보선 참패로 이 전 대표의 재기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고, ‘친문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정 총리 외 ‘친문 적자’ 후보를 내세우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또 반문(반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 총리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결국 이재명 대 정세균의 1대1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총리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확정되는 5·2 전당대회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격화하고 있는 당내 노선 갈등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다.
이날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다시 받는 일에 모든 힘을 보태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선거 패배 책임론의 한가운데 서 있는 만큼, 이 전 대표가 당분간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차기 대선 관련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낙연계 의원들과 모처에서 만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지키고 가겠다”며 일각에서 위기 타개용으로 거론된 문 대통령과 차별화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한 이 지사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피하고 민생 밀착형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과 지난달 여의도에서 정책협의회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를 강조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도 ‘경기도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 참석을 예고하며 여의도로의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도형·이동수 기자 scop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