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찰 지휘부에 “차렷, 경례!”시켰던 김부겸의 카리스마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4-17 08:00:00 수정 : 2021-04-16 21:48: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현 국무총리 후보자. 왼쪽 두번째)이 지난 2017년 8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오른쪽) 등과 함께 최근 경찰 지휘부에서 벌어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삭제지시 논란과 관련해 머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차렷! 국민께 대하여 경례!”

 

2017년 8월 1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내 회의실.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현 국무총리 후보자)이 경찰 지휘부와 나란히 서서 호령했다.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직들이 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김 장관은 물론 참석자 전원이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청장과 당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간 다툼이 격화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곤두박질치자 김 장관이 특단의 대책을 동원한 것이었다.

 

강 학교장은 자신이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무렵 광주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화의 성지’라는 문구가 담긴 게시글이 올라온 것을 이 청장이 질책하며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그런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 학교장과 대립했다. 검찰개혁을 국정 기조로 삼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검경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명운을 건 샅바 싸움에 대비하던 때 벌어진 일이었다.

 

보다 못한 김 장관은 경찰 지휘부 회의를 긴급 소집한 자리에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뼈를 깎는 각오로 우리 경찰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이 여러분을 버릴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감히 국민의 이름을 빌려 당부드린다”면서 “오늘 이후 이번 일의 당사자들은 일체 자기주장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방, 반론을 중지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간 이후에도 불미스러운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청장은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엄중하게 받들고 전 경찰이 합심하여 민생치안 확립과 경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것을 약속드리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 학교장도 “국민 여러분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시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다”며 “깊이 반성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깊게 성찰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가 16일 청문회 임시 사무실이 차려질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국무총리 후보 지명에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장관은 강 학교장이 ‘사과’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자 “국민들 앞에 사과 인사하세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강 학교장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두 차례에 걸쳐 허리를 숙였다. 김 장관 본인도 준비해 온 사과문을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인 제가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 내 전대미문 갈등 국면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김 전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번 개각의 의미를 ‘안정’과 ‘균형’으로 요약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개인 견해를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럽다”면서도 “결국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신임 총리 후보자는 합리적 균형론자로 정평이 난 인물이고,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은 전문성이 높은 관료 출신”이라며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있어 안정과 전문성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화합형 총리에 부합하는 인물이자, TK(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다독이는 데도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