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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성추행 피해’ 우울증 겪던 전 공무원 숨진 채 발견

입력 : 2021-06-03 11:13:12 수정 : 2021-06-17 15: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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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소업체 직원 신고 받고 현장 출동

과거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상사로부터 추행 피해를 당했던 30대 여성이 최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전직 공무원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집을 방문한 청소업체 직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했다.

 

이 청소업체 직원은 저장 강박증이 있는 정신 질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청소 재능기부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A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저장 강박증이란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는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전날 공지를 통해 “프로젝트 의뢰인 A씨가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해 고인이 출연한 온라인 영상 클립을 비공개 전환한다”고 알렸다.

 

이어 “A씨는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 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착하고 여린 분이었고, (생전에)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소중하게 사용해주세요’라며 큰 액수의 금액을 기부하기도 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아울러 “저희는 유족의 부탁으로 고인의 유품정리 등 이승에서의 힘들어던 흔적을 지우려 합니다”면서 “부디 그 곳에서는 꽃보다 어여쁘게 누구보다 행복하세 사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과거 부서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추행 사건의 피해자로 직장을 그만둔 뒤 지속적인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17년 9월 인천의 한 건물에서 부서 회식을 하던 중 상사인 B씨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 경찰은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상사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성추행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 유튜브 채널에는 A씨를 추모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유튜브에는 “공군여부사관 사건도 똑같은데 세상이 너무한 것 같네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 사건도 가해자는 멀쩡하게 사는 거죠”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고 떳떳하게 살고 피해를 입은 사람은 죽음에 이른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라며 고인을 추모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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