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킥보드 범칙금 부과 이틀새 500건 적발… 10건 중 7건 ‘NO헬멧’

안전모 미착용 360건 72% 차지
무면허 56건, 2인 이상 탑승 12건
한달 계도기간 줬지만 인식 미흡

공유 업체들은 ‘규제 완화’ 호소
“매출 60∼70% 급감… 업계 고사”

지난 13일 서울 시내에서 경찰이 헬멧을 미착용한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이용자를 단속하고 있다. 뉴스1

전동킥보드 단속이 본격 시행되고 이틀 동안 전국에서 약 500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반 사례 10건 중 7건은 안전모(헬멧) 미착용이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 관련 범칙금 부과 첫날이었던 지난 13일 전국에서 150건, 14일 347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14일 단속 적발 건수는 전날의 두 배 수준으로, 계도기간(5월13일∼6월12일) 하루 평균 위반 사례(50건)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찰은 앞으로도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적발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적발 건수 중 72.4%(360건)는 ‘헬멧 미착용’이었다. 이어 원동기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무면허 운전’ 11.2%(56건), 2인 이상 탑승한 ‘승차정원 위반’ 2.4%(12건), 음주운전 1.8%(9건) 등의 순이었다. 보도 통행 금지 위반 등 기타 적발 사항도 60건이었다.

PM 안전 강화를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경우 10만원, 헬멧 등 보호장구 미착용 시 2만원, 두 명 이상이 같이 타면 4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경찰은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쳤는데, 이 기간에는 헬멧 미착용 717건, 음주운전 200건, 무면허 운전 173건, 승차정원 위반 22건 등 총 1522건이 적발됐다.

계도기간과 범칙금 부과 후를 비교했을 때 특히 헬멧 미착용과 승차정원 위반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칙금 부과 후 헬멧 미착용 적발 건수는 13일 114건, 14일 246건으로 일 평균 180건에 달한다. 계도기간 일 평균 적발 건수(23건)와 비교하면 7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일 평균 승차정원 위반 적발도 계도기간(일 평균 0.7건)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쳤음에도 범칙금 부과 건수가 많은 것은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범칙금 부과가 시작된 13일 이후에도 도심 곳곳에서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거나 2인 이상 동승한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계도기간이 끝나서 전국적으로 단속을 강화한 상태”라며 헬멧 착용 등 안전한 전동킥보드 이용을 당부했다.

한편 단속이 본격화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하이킥’은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후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60~70%가량 줄었고 신규가입자 수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전동킥보드 산업을 축소한다며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라임코리아·머케인메이트·스윙·윈드·하이킥 등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업체 5곳은 최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범칙금 부과라는 강제적 수단이 공유 전동킥보드 사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헬멧 문화를 만들어 가기 이전에 친환경 교통수단 사용량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이 안전한 전동킥보드 문화 조성보다는 전동킥보드 업계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용자 안전을 위해 규제 완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