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9세. 갱년기는 폐경 전후의 시기를 밀한다. 갱년기의 한자어 풀이는 ‘다시 갱(更)’, ‘해 년(年)’, ‘기약할 기(期)’. 몸과 마음이 ‘다시, 새롭게’ 변화하는 시기라는 뜻이 숨어있다. 하지만 그간 갱년기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새로운 시작’의 의미보다는 ‘중년여성의 쇠락’, ‘여성성의 상실’, ’느닷없는 짜증과 분노’ 등 부정적인 인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는 갱년기를 통과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시선으로 갱년기를 새롭게 공부하고 정의하는 과정을 저자 세명의 수다로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사회에 개인주의의 가치를 처음으로 제시한 X세대 70년대생이자 시대흐름에 민감한 광고회사 출신의 기획 마케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주고받는 수다 형식으로 변화무쌍한 갱년기에 대처하는 개인의 내밀한 서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요즘 시대의 갱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분석한 통찰을 담았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저자들은 열 번의 수다를 통해 갱년기 정보와 자가진단, 여성호르몬과 건강기능식품 등 넘쳐나는 갱년기 정보에 대한 냉철한 검증부터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우리사회의 갱년기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 갱년기가 가지는 세대적, 사회적 의미 읽기 등 개인의 경험을 넘어선 새로운 갱년기 담론을 만들어간다.
1년 여의 갱년기 탐구 생활을 마친 요즘언니들이 새롭게 제시하는 갱년기의 정의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갱년기를 쇠락의 시기가 아닌, ‘나를 사랑하고 보듬는 재생의 시간’, 몸과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때’, ‘잘 나이 들기 위한 중간 점검 시간’, 이라 정의한다. 내가 어떻게 준비하고 겪어 나가는지에 따라 갱년기를 주도적인 삶의 전환기, 삶의 선물 같은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무방비로 맞이하는 갱년기가 아닌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갱년기로, 갱년기를 다시 갱(更)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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