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세제가 춤을 추고 있다. 국회는 이달 초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시행 일자를 확정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재보선 때 1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침을 밝혔는데 반년 넘게 미적대다 갑자기 결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시장소통이 없이 득표에 급급하다 보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 이 개정안을 상정한 뒤 당장 내일부터 시행하고 기준점도 잔금 청산일과 등기일 중 빠른 날로 정한다고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땜질식 처방만 남발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부동산시장은 혼란에 빠진 지 오래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12억원에 산 주택을 20억원에 팔 경우 양도세가 종전 1억2584만원에서 8462만원으로 무려 4000만원 이상 줄어든다. 이러니 법 개정 전 집을 판 매도자들은 잔금 납부연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매수자도 난처하다. 탈세 공범이 될까 납부연기를 기피하거나 전세를 낄 경우 소유권 이전을 정리해달라는 세입자의 요구에 시달리기 일쑤다. 매도인, 매수인, 세입자 간 소모적인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법 개정 전 정부정책에 따라 집을 팔고 비싼 세금을 낸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는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뿐 아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말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나흘 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논의한 바 없고, 추진계획도 없다”고 뒤집었다. 종합부동산세 폭탄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당은 부과 대상을 2% 미만으로 낮추며 과세부담을 덜어줬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고육지책이겠지만 스스로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을 허물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세제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서는 부동산문제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인하, 보유세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져 매물 잠김이 갈수록 심화할 게 뻔하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몰아 징벌적 세금을 물렸는데 외려 ‘미친 집값’을 부채질했다. 세금정책은 조세원칙과 경제논리를 따르는 게 옳다. 세금이 정당성을 잃으면 조세저항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 이제라도 다주택자에게 한시적 양도세 완화로 퇴로를 열어주고 왜곡된 보유세도 정상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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