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금융사들의 디지털 경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고, 아이디어와 혜택으로 승부를 거는 빅테크, 인터넷·모바일 전문 금융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대면 영업점을 줄이는 한편 디지털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 13일 화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방문고객이 많은 영업점이나 영업점이 없는 지역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다.
국민은행의 ‘KB 화상상담 서비스’는 영업점에 설치된 화상상담 전용창구에서 화상상담 직원들의 금융상담을 받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5개의 화상상담 전용창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자사 앱과 디지털 무인점포, 편의점까지 화상상담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방식의 서비스인 ‘디지털데스크’를 10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은행권 최초로 통장, OTP, 보안카드 등 실물 증서도 발급하고 향후 본점 세무∙부동산 전문가와의 전문상담도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한발 앞서 해당 서비스를 편의점에 도입한 바 있다.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 있는 편의점과 연계해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체크카드나 보안카드 발급 등 영업점에서 제공하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은행들이 방문고객이 적은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소외 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통폐합한 점포는 92곳으로 집계됐는데, 연말이면 172곳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이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마이데이터 사업도 은행 비대면화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회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은행들은 지난 1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자사 계열사나 유통사∙통신사 등과 제휴를 늘리고 각종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모든 금융사업자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오픈한 건 아니고, 전면시행 되는 1월 1일까지는 각 금융사들이 사업자들과 데이터를 맞추는 작업을 쉼 없이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미 마이데이터를 출범한 은행도 확장성을 갖출 수 있도록 민간기업뿐 아니라 정부기관과의 협업이나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대면 채널이 강했던 보험업계도 본격적인 디지털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다이렉트’ 보험으로 일찍이 디지털 부문에서 입지를 굳혔던 삼성화재는 지난 10월 새로운 브랜드 ‘다이렉트 착’을 선보이며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고객에 고도로 개인화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10월 지문전자서명 서비스를 도입해 10단계였던 서면 청약 절차를 4단계로 축소했다.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보험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아 내년 초 관련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는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비대면 의료정보 및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비트컴퓨터, 테라젠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밖의 보험사들도 간편 보험가입 및 보험금 청구 서비스,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은 ‘퍼마일 자동차보험’ 인기에 힘입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새로운 디지털 보험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공룡 카카오가 내놓는 카카오 손보는 연내 본인가를 획득할 계획이었지만 심사가 늦어지면서 내년 초 출범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보험사들도 금융권의 디지털 바람에 편승하는 분위기지만, 다른 업권에 비해 소비자의 대면 서비스 선호도가 높은 만큼 디지털화와 대면 채널 장점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의 가입이 많고,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일수록 디지털 채널을 통해 스스로 진행하는 것보다, 설계사가 한 번에 처리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면 채널인 보험 설계사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는 만큼, 장점은 유지하면서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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