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가경제부터 가정경제까지 어려움이 가득합니다. 그중에서도 사적 모임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폐업까지 몰린 자영업자분들이 속출하고 있지요. 최근 방역 패스(백신 접종·음성 확인제) 제도까지 시행돼 상인분들의 상황이 단기간에 나아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폐업까지 결심했다면 상인 당사자가 가장 어렵겠으나 투자자와 거래처 등 해당 상인의 채권자 또한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져 난감합니다. 이때 채무자는 회생이나 파산 등을 신청할 수도 있겠지만, 채권자가 몇 안 되고 어느 정도의 자력이 있는 상태라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도산제도를 이용하기보다 개인적인 협의를 통해 채무정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채권자도 당장 전액을 회수하기 어렵다면 채무자로부터 적당한 액수로 채권액을 확정하는 처분문서 등을 받아두고, 시간이 지나 채무자의 사정이 나아졌을 때 변제받는 것도 유효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폐업을 결심하거나 폐업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새로 공증한 차용증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주는 등 채권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지나 채무자에게 자력이 생겼을 때 채권자는 이를 근거로 소를 제기하거나 강제집행을 시도하게 되는데요. 이때 채무자의 주된 항변 중 하나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권이 소멸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민사채권(이와 달리 단기시효를 가진 채권은 법정되어 있음)의 소멸시효 기간은 10년, 상사채권은 5년입니다. 채권의 성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데, 상인이 폐업신고 후 한 행위로 발생한 채권이 민사채권인지 상사채권인지가 문제됩니다. 최근 유사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2021. 12. 10. 선고 2020다295359 판결).
마트 운영자 갑(甲)은 자신의 채권자가 마트 내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받아 위 결정이 집행되자, 해방공탁금을 공탁하고 유체동산 가압류에 대한 집행 취소 결정을 받아 곧 마트에 대해 폐업신고를 했습니다. 한편 갑은 마트를 운영하면서 을(乙)로부터 금전을 차용한 적이 있는데, 폐업신고 후 을에게 채권액과 변제기를 다시 정해 채무 불이행 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을은 위 공정증서에 따른 금전채권을 피보전 권리로 하여 위 가압류 해방공탁금 회수 청구권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받아 이에 기해 추심금 수령을 완료했고, 이후 갑을 상대로 공정증서상 채권 금액에서 수령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위 소송에서 갑은 공정증서상 채권이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을의 갑에 대한 위 공정증서상 대여금 채권에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먼저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사채권에 해당하고, 그 상행위에는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된다고 설명하면서 “상인이 기본적 영업활동을 종료하거나 폐업신고를 하였더라도 청산 사무나 잔무 처리가 남아있는 동안에는 그러한 행위 역시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보조적 상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갑이 공정증서를 작성한 행위는 유체동산 가압류에 대한 대응 및 폐업에 따른 청산 사무 또는 잔무를 처리하는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즉 상인이 폐업신고를 한 뒤 폐업에 따른 청산 사무 또는 잔무를 처리하는 취지의 행위는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은 적어도 일방(채무자)에 대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으로서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상인인 채무자가 영업을 종료하거나 폐업신고를 한 뒤라도 그에 대한 채권이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단기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사례가 있으니, 이러한 거래관계에 놓인 이들은 채권 행사 시 유의하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바른 정현지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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