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도 주담대 판매 재개
대출 기준 전보다 깐깐하게 적용
2021년 전세대출 29조5000억 증가
가계대출 총 증가액의 40% 넘어

지난해 4분기 가계 대출을 조였던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상향하고, 보험사들이 대출 재개에 나서는 등 신년에는 꽉 막혔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고 있다. 하지만 강화된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정책이 시행되고, 금융권이 깐깐한 대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돼 가계의 대출 ‘체감 한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는 올해 1분기 중립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태도는 한은이 총 203개 금융기관의 여신업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으로, 지수가 양이면 ‘완화’(대출이 쉬워짐)할 것이라고 답한 금융기관이 많고, 음이면 ‘강화’(대출이 어려워짐)가 많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주택’(주택담보대출) 대출 태도는 0을, 주택 관련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을 의미하는 ‘가계일반’은 -6을 나타냈다.
지난 4분기 가계주택과 가계일반 태도지수가 각각 -35와 -41을 나타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누그러졌지만, 그렇다고 완화 기조인 것도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태도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은 오히려 커졌다고 봤다. 은행의 가계에 대한 신용 위험지수는 지난해 3분기 6에서 4분기 12로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15로 다시 상승했다.
대출 총량 목표치를 지키기 위해 신규 주담대를 중단했던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도 올해 들어 다시 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그럼에도 보험업계 역시 대출태도는 완화되지 않았다.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대출 태도는 -24로 지난해 1분기의 -16보다 오히려 떨어졌고, 신용위험 지수는 11에서 18로 올랐다. 대출을 재개하기는 하지만, 쉽게 대출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금융권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의 가계대출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증가액은 29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 33조7000억원보다 4조2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71조6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2%로 2020년의 33.5%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전세대출이 지난해 말 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되고, 주택값 상승으로 전셋값이 많이 오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기업 대출이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 대출 총액은 한 달 만에 5조3300억원 불어났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전월 증가액(2조6490억원)보다도 46% 급증했다. 신협 대출액도 한 달 동안 2조3165억원 늘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전월 증가액(1조5천410억원)과 비교해도 50% 늘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대출은 특히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의 업권별 가계대출 증감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4600억원이었다. 전체 5조3300억원 중 나머지 3조8700억원은 기업대출이었던 셈이다. 신협의 경우도 가계대출 증가액이 94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1조3765억원은 기업대출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3, 상호금융조합은 -45를 나타내 제2금융권의 대출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출 이자도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월(1.55%)보다 0.14%포인트 높은 1.69%로 집계됐다. 상승 폭은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11월(0.26%포인트)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0.10%포인트를 웃돌았다. 시중 은행들은 당장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작년 12월 코픽스 금리 수준을 반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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