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경제 파트너… 냉정한 접근 필요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의 해이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상호 40년의 반목을 청산하고 ‘사회주의 중국’과 수교했고, 양국 관계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중 관계는 양자관계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미 70년에 가까운 한·미동맹 관계와 1992년 이후 형성된 한·중협력 관계와의 차이, 실질적 혈맹인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5%에 달하는 한국의 대중 무역의존도와 전방위적으로 증폭되는 미·중 갈등은 한·중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그동안 양국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에 따라 제도·가치의 차이 및 북한 요인 등에도 경제교류를 내세워 상호 관계를 견인했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이어진 경제보복 및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경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농악무가 등장하자 쌓여 있던 한국인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사실 다민족국가인 중국에서 개막식에 조선족이 다른 복장을 했다면 이도 문제다. 소수민족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혁명에 기여한 민족이라며 1원짜리 지폐에도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있을 만큼 조선족을 대우하는데 한국이 유별나게 중국을 공격한다며 불만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중국에 있다. 중국 정부는 민간활동이라며 애써 모른 척하고, 애국주의에 빠진 일부 네티즌들은 모국이 있는 민족의 전통문화와 문화의 창조성을 무시한 채 원조론만을 강조한다. 사태가 확산되자 당초 한국 언론과 정치가들의 선동으로 사태를 키운다던 중국 정부는 외교경로로 한복이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라면서 한발 물러났으나 조선족 문화이기도 하다면서 중국적 해석의 여지도 남겼다. 한·중 관계의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당과 정부 차원의 암묵적 비호와 방관, 애국주의 사조와의 결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중 정서가 혐중(嫌中)을 넘어 반중(反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젊은 애국주의 네티즌들이 세계적 강국 중국을 열망하면서 한국을 못마땅해 하듯, 한국의 MZ세대 역시 힘자랑하는 중국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다. 여기에 대선 주자들이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래 한·중 관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민간 정서가 한·중 관계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미래 한·중 관계를 위해 중국이 적어도 적대할 대상이 아니라면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지만, 한·중 경제나 문화 관계 등은 분명히 양자적 성격이 강한 부분이 존재한다. 특히 상호보완과 분업시대를 거쳐 경쟁시대로 접어든 경제 관계는 산업적으로는 초격차 시대에 진입한 분야도 있지만 미래 시장과 관련해 한·중 양국의 공감대가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액은 미국과 일본의 무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으며, 한국의 대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도 1500개가 넘고, 반도체·통신제품 등에 소요되는 주요 원자재의 중국 비중은 70% 이상이다. 물론 중국도 반도체나 배터리 기술 등 분야의 협력을 바라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중국 의존도를 강조해 위축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감정적인 언급은 대중 레버리지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서 대중 관계는 친중(親中)과 반중 프레임, 즉 친중은 반미(反美)로, 반중은 친미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는 우리 생각이다. 미국이 자신의 관점에서 중국 문제를 재단하듯이 한국도 우리 관점이 필요하다. 문화 논쟁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존중을 요구하면서 양국 정부 간의 적극적 관리를 이끌어내야 하며, 안보와 관련된 북핵이나 북한 문제는 분명히 한·미동맹이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협력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대중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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