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출자 않는 동업자와 헤어질 때 잔여재산 분배방법 [알아야 보이는 법(法)]

A와 B는 각각 10억원씩 출자해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매각하는 사업을 동업으로 하자고 약정했습니다. 이는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하는 약정으로서 민법상 조합에 해당합니다.

민법상 조합에서 동업자 중 1명인 A가 의무 위반 또는 불법행위를 해 동업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돼 조합 재산의 분배절차만 남게 된다면 A는 동업체조합(A+B)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B는 A를 상대로 조합(A+B)의 손해배상 채권액 중 B 자신의 출자가액 비율에 따른 몫에 해당하는 돈을 청구하는 형식으로, 조합관계 종료로 인한 잔여재산의 분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2019. 7. 25 선고 2019다205206, 205213 판결 등).

예를 들어 조합원 A가 조합(A+B)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채무를 진다면 조합(A+B) 입장에서는 A에 대한 10억원의 손해배상 채권을 조합 재산으로 가지고 있는 셈이 됩니다. 조합원 A와 B가 각각 10억 원씩 출자해 출자가액의 비율이 1대 1이라면 10억 원의 손해배상 채권 역시 A와 B가 1대 1의 비율로 분배받으면 됩니다. 따라서 B가 A를 상대로 5억원만 청구하면 잔여재산의 분배가 해결된다는 논리입니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큰 공사를 수주할 때 주로 취하는 형태인 공동이행 방식의 공동수급체 역시 민법상 조합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건설공동수급체는 조합원이 그 출자 의무를 불이행하더라도 그 조합원을 조합에서 제명하지 않는 한 조합원에 대한 출자금 채권 등으로 조합원의 이익 분배 청구권과 상계할 수 있을 뿐이고, 출자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익 분배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2006. 8. 25. 선고 2005다16959 판결).

즉 조합원 A가 출자하기로 약속한 10억원 의무를 불이행해 조합(A+B) 입장에서는 A에 대한 10억원의 출자금 채권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도, 동업체 조합(A+B)의 사업으로 이익이 100억원이 발생했다면 조합은 출자 의무를 불이행한 A에게 그중 50억원을 분배해야 합니다. 다만 50억원을 위 10억원의 출자금 채권으로 상계한 나머지 40억원만 분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조합원 A가 출자하기로 약속한 10억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B가 출자한 10억원으로 땅만 사놓은 상태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조합이 해산하게 돼 잔여재산 분배를 해야 한다면 계산방법이 달라집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일부 이행되지 아니한 출자금이 있더라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잔여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각 조합원이 실제로 출자한 가액에 비례하여 이를 분배함이 타당하다”며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잔여재산 분배절차를 진행하는 이상 다른 조합원들은 출자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조합원에게 더 이상 출자 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2022. 2. 17. 선고 2016다278579, 278586 판결).

즉 조합원 A가 출자하기로 약속한 10억원의 의무를 불이행해 조합(A+B) 입장에서는 A에 대한 10억원의 출자금 채권을 조합 재산으로 가지고 있는 셈인데도, 조합이 해산되면 이 미이행 출자금 채권을 잔여재산 분배의 ‘잔여재산’으로 포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B가 출자한 10억원으로 사놓은 땅값이 100억원으로 올랐더라도 조합이 해산되면 출자 의무를 불이행한 A는 B를 상대로 그 땅의 지분 절반을 분배해달라고 할 수 없고, 대신 A는 미이행 출자금 10억원을 내놓을 의무도 없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