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실물 불균형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9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2019년 4분기∼2021년 3분기)의 신용(대출)/국내총생산(GDP) 누적 상승 폭은 26.5%포인트를 기록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직전 2년인 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의 상승 폭은 21.6%포인트였고, 외환위기 전인 1997년 2분기∼1999년 1분기는 13.4%포인트였다. 신용카드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01년 1분기∼2002년 4분기는 8.9%포인트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당시에는 실물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최근 2년간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금융안정국 이정연 관리총괄담당과 홍준선 조사역은 민간신용 총액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변환한 ‘실질민간신용 금액’에 초단기·초장기 순환 영향을 배제하는 대역통과필터(BP) 방식을 적용해 1980년 이후 금융 사이클(신용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주기)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은 2018년부터 7번째 확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강한 동조관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신용이 늘어나면 주택가격이 오르고, 신용이 줄면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특히, 2020년 이후 실질주택가격갭률(실질주택가격갭/실질주택가격) 흐름을 보면, 2021년 3분기에는 9.2%까지 상승하며 과거 주택가격 급등기(2005년 전후 정점 7.2∼7.6%) 수준을 상회했다.
반면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금융사이클과 동조관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역동조 관계로 전환됐다.
보고서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가계 신용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은 내림세를 띠고 있다.
금융·실물 불균형이 커짐에 따라, 향후 대출이 늘었던 가계를 중심으로 금융사이클 하락 국면이 찾아오면,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경제 충격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온 금융사이클의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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