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권 완전분리 방향성은 맞다”
1년전 비해 사건처리 8.6일 지연
“수사부담 뿐 아니라 권한도 비대”
“조직 재편해 대응 가능” 반박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경찰 조직 안팎에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 속에 기존 수사권 조정의 연장선상에서 ‘방향성이 맞다’는 목소리가 상충하는 분위기다.
12일 세계일보 취재에서 대다수 경찰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수완박이 추진될 경우 경찰의 수사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부담은 결국 사건 당사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 실무진 관점에선 우려스럽다”며 “현재로선 경찰이 사건을 온전히 감당할 내공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검수완박을 바라보는 경찰 지도부와 직접 수사를 하는 실무진 사이 기류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며 “적어도 실무진 입장에서 지금의 검수완박은 논리조차 부실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재심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찰 수사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송치 결정에 대한 보완수사 등 절차를 거치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사건이 적체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사건 당사자의 피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찰의 사건 1개당 평균 처리기간은 수사권 조정 이전보다 8.6일 증가한 64.2일이었다. 박 변호사는 “하루가 아쉬운 고소사건의 피해자, 하루라도 빨리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고한 피의자에게 신속한 사건 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도 SNS에서 “수사권 조정 전에는 이렇게 심각하게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경찰에서 끽해야 피해자 조사 한번 겨우 하고 아무 말 없이 몇 개월 묵히다가 난데없이 불송치 결정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견제하기 위해선 검찰에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경찰청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선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까지 거론됐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를 지시할 수 있는 기관이 사라지면 경찰력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며 “수사권이 커지는 경찰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도 검찰의 수사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내부적으로는 검수완박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사권 조정 이후 국가수사본부를 출범시키고 직접수사 부서를 재편하는 등 대응력을 키운 만큼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전부터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이 당초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만큼 검수완박의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며 “오히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지금의 상황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경찰 노사협의기구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위원장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경찰은 대한민국 전체 범죄의 99.2%를 수사하지만, 검찰은 고작 0.8%의 수사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은 그 실체에 비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력에 과부하가 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경찰 조직 규모가 15만명에 달하는 만큼 업무를 효율화하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경찰 안팎의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시점에 대한 비판의 시각은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수사권 조정이 이제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새 정부 취임을 앞둔 현시점에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며 “경찰 입장에서도 당장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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