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제시한 중재안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둘러싼 정국 대치가 해소되면서 청와대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입법을 강행할 경우 거부권 행사 여부 등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이 커질 수 있었으나 여야가 사실상 박 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하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간 민주당의 독주 행태에 말을 아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과 검찰 양측에 '검수완박' 입법의 원만한 처리 노력을 당부한 만큼 그와 관련한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더구나 법안의 내용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자칫 민주당과 검찰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청와대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청와대로서는 민주당이 끝내 법안을 강행해 단독으로 처리했을 경우를 더욱 우려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다면 모든 시선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리게 되는 탓이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검찰은 물론,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동조했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박 의장의 중재로 이 같은 진퇴양난 국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만큼 청와대는 현 상황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4월 임시국회 중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만큼 '여야가 합의한 안'이라는 명분까지 있어 문 대통령이 굳이 거부권을 써야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 정부로 넘어오는 법안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교착 상태가 풀렸으니 고민스러웠던 상황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이후 이어지는 후폭풍이 작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여야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7일에 사의를 표했다가 문 대통령과 면담 후 이를 거둬들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재차 사직서를 냈다.
뒤이어 고검장급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현직 고검장 6명도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 차장과 일선 고검장들의 집단 사퇴는 검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당시 처음 사의를 밝힌 김 총장을 면담할 당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기 때문에 행정부 수반으로서 의견을 듣고자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초유의 검찰 지휘부 공백 상태를 맞닥뜨린 문 대통령이 며칠만에 다시금 행정부 수반으로서 느껴야 할 부담감이 작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부패 범죄를 남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박 의장의 중재안조차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청와대의 속내도 복잡하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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