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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라는 자기가 지켜야”… 각국 병력 늘리고 군사훈련 강화

입력 : 2022-05-02 06:00:00 수정 : 2022-05-02 1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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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로 각국 국방력 증강 추진

獨, 2011년 폐지 징병제 부활 논의 ‘솔솔’
핀란드, 18세 이상 남성 6개월~1년 복무
스웨덴, 2017년 징병제 부활… 여성도 포함
우크라, 전쟁 발발로 징병 폐지 논의 중단
美, 병력 증원보다 전략 무기 개발에 초점
대만 군인들이 북부 신주에서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비해 탱크와 박격포, 소화기를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벌이고 있다. 신주=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각국이 직면한 군사안보적 위협이 다시 부각되면서 주요국에서 징병제 부활, 복무기간 연장, 병력 확대와 같은 국방력 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화와 평화 노선도 결국 뒤에서 강력히 받쳐주는 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우크라이나 사태가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사태 후 고조하고 있는 중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모병제를 기반으로 하는 병역제를 수정해 징병제를 부활하면서 모병제·징병제 투트랙 운용을 검토 중이라고 대만 연합보 등이 1일 보도했다.

 

대만 당국은 중국에서 패퇴한 뒤 1951년부터 징병제를 실시하다가 2018년 12월 말부터 지원병 중심의 모병제 운용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94년 이후 출생자는 군사훈련 4개월을 마치면 의무복무가 끝난다. 대만군이 검토 중인 투트랙은 의무복무 기간을 현행 4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형태로 징병제를 부활하는 것이다. 모병제를 통한 지원병은 별도의 부대 편성과 훈련을 받도록 한다.

 

이 경우 현재 18만7660명인 병력이 4만7000명(25%) 늘어 23만4000명대로 증가한다. 대만군 병력은 2011년 27만5000명이었다가 모병제 도입 후 크게 감소한 상태다.

대만에서는 그동안 4개월 군사훈련 받는 병사들이 ‘딸기병사(작은 문제에도 쉽게 상처받는 정신력을 의미)’로 불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대만 청년과의 인터뷰에서 “4개월 동안 한 일은 잡초 뽑기, 낙엽 쓸기, 타이어 옮기기로 사격을 배우기는 했지만 교육 대부분이 무의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자기 나라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며 “현재 독재 전제국가가 민주 국가를 침공하는 데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방법과 훈련 및 복무 기간 적절성에 대해 국방부의 전문적인 평가와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대만 여론도 복무기간 연장에 긍정적이다. 대만국제전략학회 등이 지난 3월 20세 이상 성인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개월인 의무복무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69.6%가 찬성했다.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국 해병대 병력들이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에 걸쳐 있는 기리시마 연습장에서 프랑스 육군 병력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열린 3개국 합동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에비노=교도연합뉴스

일본에서는 모병제로 운영되는 자위대에 대해 병력 확대 주장이 제기됐다. 주간 재팬비즈니스프레스는 익명 국회의원 주장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위대의)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재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육·해·공 자위대 병력은 24만7154명이다.

 

이 매체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남쪽의) 규슈(九州)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자위대 병력의 총수가 늘지 않아 (러시아와 인접한) 홋카이도(北海道)가 허술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TV에서 매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는 덕분에 국민의 방위 의식이 높아졌다”며 자위대 증원을 마땅치 않아 했던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주장이 실제 자위대 병력 증원으로 이어질 공산도 작지 않아 보인다. 과거 일본은 북한, 러시아, 중국의 위협을 이유로 새로운 부대를 만들거나 병력을 늘렸다. 중국의 도서 상륙 위협에 대응한다는 수륙기동단은 2018년 2000명 규모로 창설됐으며 내년까지 3000명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 일본은 또 전쟁 양상 변화에 따라 우주전, 사이버전, 전자전 3개 분야에 새로운 부대로 우주작전군, 전자작전군, 사이버방위대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있는 피란민 수용소에 한 여성이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다. 드니프로=AP뉴시스

독일에서는 2011년 폐지한 징병제 부활 논의가 제기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월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준인 국방비 지출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정치권 일각에서 징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 사회민주당(SPD) 소속 볼프강 헬미히 하원의원은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징병제에 대한) 긴급 토론을 해야 한다”며 “의무 병역은 공중 정신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더작센주 기독민주당(CDU)도 보고서를 내고 징병제 논의를 촉구했다. CDU 소속 베른트 알튀스만 상원의원은 “징병제 재도입은 독일이 효과적인 억제력과 동맹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결정적 신호”라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징병제를 재개하려면 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 중인 핀란드와 스웨덴은 선진국 중 이례적으로 징병제를 운용 중이다. 핀란드는 만 18세 남성이 6개월∼1년 복무한다. 스웨덴은 2010년 징병제를 폐지했다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 2017년부터 부활했다. 이듬해부터는 여성도 포함했다.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건물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침공국인 러시아는 올해 봄 전쟁 발발과 맞물려 징병 규모를 13만4500명으로 지난해 가을(12만7000명)보다 소폭 늘렸다. 러시아는 모병제와 더불어 18∼27세 남성 중 1년간 군 복무를 할 인원을 뽑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의 징병제 병력은 2021년 26만1000명, 2020년 26만3000명, 2019년 26만7000명으로 비교적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군 전체 병력(101만명)의 약 26% 수준이다. 러시아군은 모병 병력에 한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다는 방침이나, 일부 징집병도 침공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까지 징병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러시아 침공 후 관련 논의는 사라진 상태다. 당국은 지난 2월 국가 총동원령을 내리고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다. 심각한 군사적 피해를 본 만큼, 사태 이후에도 징병제 축소 논의는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응해 병력 증원보다는 전략무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육군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예산안에서 현역 병사 수를 올해보다 1만2000명 줄인 47만3000명으로 감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군의 에이브람스 탱크.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인력난의 영향도 있지만 사이버전, 초음속 무기 개발 등 현대전으로의 전환 계획을 병행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3월 2023회계연도 예산으로 전년보다 8.1% 증액한 7730억달러(977조8450억원)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포함하는 핵무기 근대화와 연구개발(R&D) 비용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군의 초점은 장비 첨단화와 우주 전략, 군사 대비 태세를 높이는 것으로 요약되고, 그 핵심은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기적인 이슈로 그에 따른 병력 증원 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도쿄·워싱턴=이귀전·강구열·박영준 특파원,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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