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중재안엔 없던 내용”
‘조국 사태’ 민주 편들어 부메랑
반면교사 삼고 거리두기 나선듯
정의당이 2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한 축인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와 입장이 반영된 표결을 하겠다”고 했다.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때는 민주당에 협력했던 정의당이 ‘신중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커지자 태도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본회의에 상정될 형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배 원내대표는 “형소법 해당 조항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시 검찰 수사로 자동 이관되도록 하므로, 고발사건까지 포함하면 검경 수사권 분리라는 대원칙과 충돌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구성될 사개특위에서 충분한 보완을 위한 숙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장에게 고발인 제외와 관련해 이 문제가 법안에 담겼으면 하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당시 찬성표를 던지며 적극 협력했다. 그러나 검수완박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형소법 처리를 두고 민주당과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의 행보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소법 내용을 문제 삼고 있지만, 실은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 여론에 갈팡질팡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 편을 들었던 것처럼 한순간 잘못된 판단이 당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형소법 개정안도 앞서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우선 보완수사 범위가 대폭 줄어 진범·공범·범죄수익환수·무고사범을 수사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형소법 개정안은 시정요구 송치, 불법구금 송치, 이의신청 송치 사건의 경우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를 허용한다. 예를 들어 경찰이 계속해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는 특정 사건에 대해 기존에는 검찰이 ‘시정요구 송치’로 넘겨받아 추가 범죄를 잡아 낼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불가능해진다.
수정안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보완수사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경찰의 기소·불기소 의견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가 결정되는 꼴이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는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따라 정해야 한다. 경찰 수사 결과에 좌우돼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개정안이 경찰의 무혐의 결론에 이의신청 할 수 있는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한 점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치적 사건,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의 경우 주로 시민단체 등에서 고발하는데 경찰이 불송치하면 더는 사건을 들여다볼 방법이 없는 셈이다. 대검은 “권력층을 비호하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는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 부서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조항 또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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