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국민 한 명이 짊어 져야 하는 채무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감세 정책으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공하는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27일 오후 3시30분 기준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13만8530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같은 시각 기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순채무를 합친 국가채무(1039조3억원)를 지난 4월말 주민등록인구(5159만3000명)로 나눈 수치다.
1인당 채무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31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채무는 17년 뒤인 2014년 1039만원을 기록,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1인당 채무는 2017년 1275만원을 기록한 뒤 2019년 1395만원, 2020년 1633만원을 찍으며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1869만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졌는데 올해 말에는 2071만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 들어 증가폭이 커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660조2000억이었던 국가채무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올해 말 1068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5년 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재정을 적극 활용했다. 2017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추경에 11조원을 편성했고, 2018년에도 청년일자리 대책 등을 위해 3조8000억원의 추경을 집행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 정부 지출이 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18년 -10조6000억원, 2019년 -54조4000억원, 2020년 -112조원, 지난해 -9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에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020년 10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윤석열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 하반기에 단순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채무 수준 자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괜찮은데 문제는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문재인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난 국가채무를 향후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