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초 대비 7% 넘게 하락했다. 주요 선진국 대비 하락세가 뚜렷하다. 단기급등 후 차익실현, 실적 부진과 같은 대내 요인에다 지정학적 불안과 같은 대외 요인까지 국내외 악재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한국 증시와 함께 하락세가 이어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은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22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현행 부동산 PF 제도에 대해 “분양 가격이 폭락하면 다 폭망하는 구조”라며 제도 개선 작업을 시사한 발언도 다루었다.
◆연초 대비 7%넘게 떨어진 코스피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2.7포인트, 1.34% 오른 2472.74로 마감했다. 일주일 전인 12일 대비 2.07%, 1월 2일 종가(2669.81)와 비교해 보면 7.3% 하락했다. 코스피 하락세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정환 키움증권 연구원이 19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의 연초 수익률은 -8.1%로 상해종합(-4.3%), 대만가권(-3.9%). 유로스톡스50(-2.6%), S&P500(-0.6%) 등 다른 국가 대비 하락세가 완연하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6% 상승했다.
뚜렷한 기관 매도세가 한국 주식시장 약세를 견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부터 19일까지 기관은 6조965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은 5조4692억원을, 외국인은 1조763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연구원은 “유난히 한국 증시 낙폭이 과도한 이유는 국내 고유의 연초 수급적 요인이 과거 대비 올해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국내기업은 12월 결산법인으로 이에 따른 금융투자의 배당차익 거래가 연말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역대 최고급으로 유입된 매수세가 차익실현이 되자 대거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지난해 11∼12월간 수익률은 16.6%였다. 이 연구원은 “금융투자와 외국인의 연말 과도한 자금 유입으로 연초 반대급부적으로 대거 되돌림이 나타나면서 국내증시 낙폭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실적 부진 등의 현상도 주식시장 약세를 불렀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1월 들어 반도체, 2차전지, 철강 등 대형 수출기업들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일주일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화학(주간 -4.4%), 철강(-3.2%), 전기·전자(-2.0%) 순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소매판매 등 견조한 미국 경기지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금리 인하 전망도 다소 후퇴했다”고 짚었다.
약세장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코스피는 지난 18일과 19일 연속 상승 마감하면서 반등했다.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9일 하룻동안 각각 4.18%, 3.74% 올랐다. 반도체 관련주들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11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19일 하루에만 7022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악재도 상존한다. 이번 주 계속되는 4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북한의 도발 및 중동정세 악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다.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코스피보다 더 하락세가 뚜렷한 것은 홍콩H지수다. 연초 대비 11.12%나 떨어졌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057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2.8%에 달한다. 일부 상품에선 56.1% 손실률도 확인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관련 상품만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H지수가 하락 추세를 지속한다면 관련 ELS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최상목 “부동산 PF, 연착륙 시키는 게 과제”
최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계기로 대두된 부동산 PF 위기에 대해 “PF를 갑자기 줄이게 되면 금융 시장에 큰 문제가 올 수 있다”며 “충격이 덜하도록 연착륙시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PF제도와 우리나라 PF제도를 비교하며 현행 PF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선진국 PF는 기본적으로 땅은 자기 자본으로 사고, 땅 위에 건물을 짓거나 사업할 때 거기에서 오는 현금 흐름에 기반해 금융을 일으킨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돈 100이 든다고 가정하면 한 5% 정도만 자기 돈으로 하고 나머지 95%는 대출을 일으켜서 땅부터 산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우리나라는) 나중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데, 분양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줄줄이 영향을 받는, 쉽게 말해서 다 폭망하는 구조”라며 “PF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선 연구 용역을 통해 근본적인 구조 개선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부동산 PF제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 때문에 우리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상속세율이 높다는 문제가 있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데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대통령 말씀은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화두를 던지신 것”이라며 “찬반이 있는 과세인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한국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물가와 내수를 꼽았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까지 3%대에 머물다 하반기에 가서야 2%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출에 비해 내수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라며 “내수가 안 좋다는 것은 민생이 어렵다는 뜻인 만큼, 민생 경제의 빠른 회복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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