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그룹 뉴진스가 발매한 노래 ‘디토(Ditto)’의 도입부다.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는 20년 전에 촬영된 것처럼 흐릿한 화면이 특징이다. 영상 속 뉴진스 멤버들은 과거에 출시된 캠코더나 헤드셋을 사용한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디카)에 열광하는 이들은 뉴진스의 디토가 발매한 이후 디카 열풍이 불었다고 입을 모은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빈티지 디카 유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25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빈티지 디카’로 검색한 결과, 2000개가 넘는 매물이 확인됐다.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는 관련 태그가 1만7000여 건이 넘는다. 오프라인 매장, 카카오톡 오픈채팅, 네이버 블로그, 중고거래 플랫폼 등 구매경로도 다양하다.
지난 23일 중고 가전 등을 판매하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를 찾았다. 방문한 매장 곳곳에서 출시된 후 10년 이상 된 디카나 캠코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 주인 A씨는 “1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오래된 디카를 찾았다”며 “대학생부터 젊은 부부들까지 주로 20~30대가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대는 디자인을 우선순위에 두고, 30대는 성능이나 외관 상태를 꼼꼼히 따진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집어 든 디카 가격은 12만원으로, 본체와 배터리, SD카드, 충전기 등이 포함된 구성이었다. 가격대는 브랜드와 무관하게 8~15만원이다. 매장 내에서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고 카메라 상태를 쉽게 점검할 수 있다. 경기 안성시에 사는 대학생 문모(21)씨도 이날 친구 2명과 함께 매장을 방문했다. 문씨는 “작년에 뉴진스 디토가 발매된 후 여러 연예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며 “아직 구매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이나 매장에서 곧 구매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인천시 계양구에 거주하는 박지영(29)씨는 일본 직구(직접 구매)를 통해 디카 2대를 구매했다. 박씨는 “최신 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화질과 분위기가 장점”이라며 “촬영 시 ‘찰칵’하고 나는 촬영음도 귀엽고 추억이 회상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품을 구하기 어렵고, 배터리 생산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박씨는 “상태가 좋거나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호환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도 배터리 성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캠코더와 카메라를 판매하는 B씨는 “(배터리가) 생산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새 상품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호환용 배터리도 안전 문제로 (판매업자가) 국내에 들여오는 종류나 수량도 한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신선함과 추억을 빈티지 디카의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카를 사용해보지 못한 젊은 층은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끼고, 사용해본 세대는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며 “패션 등에서 복고풍이 유행하는 것과 유사하게 디지털기기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디카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