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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포옹과 사랑으로 하나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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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11 23:14:24 수정 : 2024-07-11 23: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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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사랑을 이토록 애틋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남녀가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모습을 일체형으로 나타냈다. 두 눈은 서로의 눈빛과 만나 한 개의 눈동자처럼 됐고, 입을 삐죽이 내밀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표정은 조금 유머러스해 보인다. 두 사람의 눈과 입 그리고 몸이 하나가 되는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사랑 이야기를 아무리 사실적으로 나타낸들 어디 이 작품이 주는 절절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콩스탕탱 브랑쿠시 작품인데, 크게 단순화하고 생략된 형태로 만든 점이 독특하다. 그는 인체의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나 추상조각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조각가로 평가받는다. 추상회화가 그렇듯 추상 조각도 작품 그 자체를 강조한다. 작품으로 다른 그 무엇을 연상시키고 재현하기보다 작품 자체의 형식을 강조한다.

콩스탕탱 브랑쿠시 ‘입맞춤’(1916)

이 점에서 부랑쿠시는 인체를 생략하고 축약해서 함축적인 형태로 나타내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했다. 전통 조각이 부분들의 결합으로 구성해서 부분들 간의 긴장과 대비, 균형과 불균형 등의 갈등을 보인 점을 제거하려 했다. 그래서 이 작품처럼 생략되고 단순한 형태로 긴장과 갈등을 넘어선 남녀 간의 사랑 얘기를 담으려 했다.

부랑쿠시 작품이 추상조각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점은 작품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돌은 돌답게, 나무는 나무답게, 철은 철답게 사용해서 재료 자체의 특성을 드러내려 한다. 여기서는 브랑쿠시가 조각의 재료로 흔히 쓰는 대리석보다 석회암을 사용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대리석이 주는 차가운 느낌이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품 사이로 두 사람의 따듯한 사랑의 기운이 퍼져 나오는 것 같다.

계속되는 장마가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신문을 가득 채운 사람들 이야기가 더 무덥고 짜증 나게 한다. 입맞춤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눈을 맞추고 끌어안으려는 모습만이라도 보고 싶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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