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명령장 수령 안 하면 사실상 처벌 어려워
강제구인?… 헌법 12·16조 ‘영장주의’ 위배
국회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두고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이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상대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앞서 이들은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동행명령장이란 증인·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들을 부를 수 있도록 1988년 만들어진 제도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한 위원회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의결을 통해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하면, 국회 사무처 직원이 발부된 명령장을 들고 직접 대상자를 찾아가 동행을 요구하는 식으로 집행한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3조는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동행명령장의 수령을 회피한 때, 혹은 제3자에게 동행명령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한 때 ‘국회모욕의 죄’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실제 처벌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10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0월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출석요구서를 수령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고, 같은 달 동행명령장을 받고도 이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회 동행명령장의 강제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위 사례에서처럼 처벌을 위해선 동행명령장을 수령했거나 고의로 이를 피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국회 입법조사관 등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발부된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려 했지만 실패했는데, 이 같은 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동행명령권으로 강제구인까지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는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제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법원 판례는 “감사·조사를 위한 증인 동행명령장 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억압해 일정 장소로 인치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2조 제3항의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사태로 봐야 하고, 거기에 현행범 체포와 같이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긴박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영장 제시가 아닌 동행명령장에 기한 신체 자유 침해는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증인이 아닌 참고인의 경우 헌재는 2008년 이른바 ‘BBK 특검’ 당시 참고인 동행명령제를 규정한 특검법에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강제적인 동행명령제는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특검에선 참고인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강제 조사가 불가능해졌다.
한편 이번 동행명령장 발부를 두고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선서와 증언을 거부할 수 있지만 증인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오늘(10일) 불출석한 증인이 5명 중 2명에게만 동행명령을 발부하는 것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동행명령장 발부”라며 “증인들 거주지가 경남 지역이라 오늘 오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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