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전인 2017년 기준을 적용
野모경종 “규정 개정 시급하다”
‘시험기준: 행정안전부 고시 제2017-001호(2017.07.26.) 승강기 안전검사기준’.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에 설치된 승강기(엘리베이터)의 안전인증서엔 이 같은 문구가 담겨 있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승강기들도 마찬가지다. 승강기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안전검사기준이 2019년 대폭 강화됐지만, 신축 아파트엔 기존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인천 서구병)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엔 최신 2022년 승강기 안전검사기준이 아닌 2017년 기준이 적용됐다. ‘건축허가일’을 기준으로 안전검사를 받도록 한 현행 규정 탓이다. 건축허가 10년 뒤에 준공해도 10년 전 안전기준이 일괄 적용되고 있다.
승강기 모델 인증 역시 2017년 안전기준으로 인증받은 기기를 올해까지 연장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기안전공단은 모델 인증시 업체가 인증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모 의원에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기준은 2019년 기존 기준에 비해 한층 강화됐다. 2017년 기준이 승강로 구조 측면에서 청결 상태 유지, 누수 방지의 필요성만 명시한 데에서 나아가 2019년 기준은 화재·연기 감지 시스템 관련 규정을 추가했다. 피난 스위치나 안전구역에 관한 내용이 없는 2017년 기준과 달리, 개정된 기준은 피난 스위치와 안전구역의 정의까지 담고 있다.
모 의원은 “자동구출 운전장치나 손끼임 방지 장치, 브레이크 제어회로 이중화 같은 최신 안전설비가 적용되지 않는 승강기가 신축 아파트에 설치된 것”이라며 “공단이 승강기 안전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강기 내에 부착되는 안전검사서에 어떤 안전기준이 적용됐는지 적어놓지 않아 주민들은 확인하기 어렵다”고도 꼬집었다.
안전기준이 개정된 뒤에도 승강기 안전사고는 매년 수십 건씩 터지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승강기 사고는 2019년 72건, 2020년 86건, 2021년 75건, 2022년 55건, 지난해 42건 발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0건을 기록했다. 모 의원은 “승강기 안전검사를 통과해도 사고가 날 수 있는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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