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가 그냥 돌아간 경찰… 막대기로 ‘엽기적 살해’ [그해 오늘]

가해자, 심신미약 주장… 징역 25년 확정
유족, 국가 상대 9억 손배 소송서 패소

지난 2022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직원을 잔인하게 살해한 한정석 씨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오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인 고재형(당시 26세)씨는 이 센터에서 직장 상사인 한정석(당시 40세)씨와 함께 연말 회식을 하고 있었다. 고씨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으나, 회식이 끝난 후 다른 직원들이 귀가하자 한씨와 둘만 남아 술을 더 마시게 됐다.

고씨는 차량을 이용해 출근했고 늦은 밤 11시쯤 귀가하려고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리기사는 오지 않았고, 결국 고씨는 차량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센터로 돌아갔다. 이때부터 한씨의 폭행이 시작되었고, 상황은 점점 끔찍하게 변해갔다.

그러던 중 이해할 수 없는 한씨의 행동이 발생했다. 새벽 2시쯤 한씨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누나가 폭행당하고 있으니 와달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했을 때 한씨는 “내가 언제 누나라고 했느냐. 그 사람은 도망갔다”며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하의와 속옷까지 탈의한 고씨를 발견했으나, 한씨는 이를 “사건과 무관하며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고씨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경찰은 고씨의 맥박을 확인하고 생존을 확인한 뒤, 패딩으로 덮어주고 철수했다.

하지만 경찰이 돌아간 후, 한씨는 고씨에게 70㎝ 플라스틱 막대기를 삽입하는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결국 오전 9시쯤, 한씨는 “같이 술을 마신 고씨가 의식과 호흡이 없다”라며 경찰에 자진 신고했고, 결국 체포됐다. 처음에는 폭행치사로 기소되었으나, 막대기와 관련된 혐의가 드러나면서 살인죄로 죄목이 변경됐다.

한씨는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에서 한씨에게는 무기징역이 구형되었으나, 법원은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이 형량은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고씨의 누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참혹하게 죽여 놓고 25년은 말도 안 되게 적은 형량”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녀는 “법원이 이것저것 참작해준 게 너무 많다. 피해자는 도대체 어디서 위안을 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유족 측은 한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4부(이진웅)에서 유족 3명에게 8억 원 상당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한씨는 이 배상액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서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9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지난 10월 패소했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