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호가 낮추지 않아…실거주 수요 높은 금액에도 매수 나선다”
지난해 대출 규제와 비상계엄,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아파트 매수 심리 위축은 장기화되며 서울 아파트값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같은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과 유주택자 대출 억제 정책,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다.
다만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여의도와 목동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0으로, 2022년 6월 셋째 주(98.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2022년 11월 셋째 주(99.9) 이후 8주 연속 하락 중이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북권의 매매수급지수는 92.6으로 가장 낮아, 대출 규제와 금리에 민감한 지역임을 보여준다.
시장 침체 속에 실거래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 31.98㎡는 지난해 9월 5억1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 4억8400만 원으로 하락했다. 상계동 주공12차와 13차도 각각 4000만 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채 거래되었다.
강동구 고덕동의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84.83㎡는 지난해 8월 17억3000만 원에서 12월 16억3000만 원까지 하락했다. 고덕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었지만 변화가 없고, 높은 금리 탓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강남권도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말 26억1500만 원에 거래되어, 10월 최고가 대비 2억3000만 원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49㎡는 지난달 40억 원에 팔려 직전 거래가보다 2억 원 낮았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사정이 급한 매도·매수자만 움직이다 보니 호가가 고점 대비 4000만~5000만 원 내렸는데도 거래가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거래가 침체된 와중에도 여의도·목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는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용 95.5㎡는 올해 1월 초 24억 원에 거래되어 지난해 7월보다 1억 원 이상 올랐고, 목동7단지 전용 66.6㎡는 20억8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여의도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으며, 실거주 수요는 높은 금액에도 매수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평균 매매가격이 급감했다.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9억9544만 원으로, 전달(11억3228만 원) 대비 1억3000만 원 이상 감소했다. 1월 거래 건수는 현재 174건에 그쳐, 지난해 가장 거래가 적었던 12월(2490건)보다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거래 침체와 매수 심리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건수 감소로 인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표가 곧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