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초유의 초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공수처 체포 기간 만료 앞두고 서부지법에 청구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150여쪽 분량
빠르면 토요일 늦어도 일요일까진 결과 나올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도 초유이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7일 오후5시40분쯤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 서부지법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영장 청구서는 150여쪽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과천=공동취재사진

앞서 공수처는 두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을 윤 대통령의 관저 주소지 관할 법원인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받은 바 있다.

공수처가 구속 없이 윤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48시간이다. 당초 윤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33분 체포된 만큼, 윤 대통령을 석방하지 않으려면 공수처는 17일 오전 10시33분 전에 영장을 청구해야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면서 이 기간에 체포 시간은 정지됐다.

법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관련 서류를 전날 오후 2시3분쯤 법원에 제출했으며, 이날 0시35분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기한은 이날 오후 9시5분까지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한차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으며,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 역시 쉽게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다시 소환해 조사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체포 후 공수처의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며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3일 차인 이날도 공수처는 구치소에 머무는 윤 대통령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불응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불출석 관련 통보는 없었다”며 “시한이 오후 9시까지라 재소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지체 없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는 심문해야 한다. 다만 심문 준비와 호송에 소요되는 시간, 변호인의 소명자료 열람과 피의자 접견 시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과천=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공범들 가운데 체포된 상태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구속영장 청구 당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영장실질심사 및 구속영장 발부 결정은 경찰이 신청한 다음 날 이뤄졌다.

통상적으로 체포된 피의자는 다음 날 오전, 미체포 피의자는 2일 후 이내 범위에서 심문 예정 일시를 지정하는 사례가 많다.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오후에 이뤄진 만큼 18일 심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빠르면 18일 늦어도 19일까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엄형준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