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GTX 착공 지연…송도 집값 하락 부추겨
하락 사례 속출…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 거래 잇따라
#. 송도국제도시 A 아파트 단지는 최근 몇 년간 높은 인기를 끌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출 규제 강화와 정치적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2021년 초 10억 원에 거래되던 84㎡ 아파트가 현재는 5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근 중개업소 측은 “매수자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매도자는 손실을 우려해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거의 멈췄다”고 전했다. 이어 “집을 매도하려 했으나 현재 가격으로는 손해가 너무 커 매도를 포기하고 임대로 돌린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와 정치적 불안 요인인 계엄·탄핵 정국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물이 쌓이고, 일부 아파트 가격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사례도 나오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5억9500만 원(2층)에 거래됐다. 이는 전달 6억6500만 원(18층)보다 7000만 원 낮은 수준이다. 같은 면적의 지난해 11월 실거래가(7억3000만 원, 3층)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억3500만 원이 하락했다.
이 아파트의 고점은 2022년 기록한 12억4500만 원(12층)으로, 최근 거래가는 최고가 대비 약 47% 수준이다. 2020년 입주한 준신축 아파트임에도 실거래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연수구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2022년 10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둘째 주 연수구 집값은 전주 대비 0.08% 하락했으며, 지난 15주간 누적 변동률은 -0.7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0.58%)과 경기(0.12%)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수도권 평균 집값이 0.1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지방 5대 광역시의 집값 하락폭(-0.71%)보다도 연수구의 하락세가 더 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는 2022년 4만2137가구, 2023년 4만2413가구, 2024년 2만4848가구가 입주했다. 이는 연간 적정 수요(약 1만5000가구)를 훨씬 초과하는 물량이다. 올해도 2만2553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송도 주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착공이 지연되면서 교통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약화됐다.
송도 내 주요 단지들에서도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다. '더샵센트럴파크1차' 전용 96㎡는 이달 8일 6억2000만 원(19층)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9억 원, 39층) 대비 약 3억 원 하락했다. 최고가(12억 원, 27층)와 비교하면 약 51% 수준이다.
'글로벌캠퍼스푸르지오' 전용 101㎡는 최고가(12억4500만 원, 33층)에서 최근 거래가(8억 원, 10층)로 4억 원 이상 하락했다.
올해 1월 15일 기준 연수구 송도동 매물은 6538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4721건) 대비 약 38% 증가했다. 신규 입주 단지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오는 3월 입주 예정인 '송도럭스오션SK뷰' 전용 84㎡는 분양가(9억6554만 원)보다 5000만 원 낮은 9억1550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 7월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에서도 4000만 원 마피 매물이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금리 동결로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자금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매물 적체가 심화되고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금리 동결은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시장 심리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오는 7월 강화될 스트레스 DSR 제도와 정국 불안도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다른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주택 매수 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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