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인근 레이건공항 상공에서
항공기·헬기 부딪쳐 포토맥강 추락
시신 30구 이상 수습… 수온 낮아 수색 난항
한국계 미국인 피겨 선수 등 탑승 확인
관제사, 충돌 전 헬기 조종사와 교신
경로 이동 지시 불구 참사 발생 의문
트럼프 “헬기, 방향 왜 안 바꿨나” 지적
미국 워싱턴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소형 여객기가 군용 헬기와 공중에서 충돌한 뒤 추락해 수십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009년 총 5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콜건항공 추락 사고 이후 미국 내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53분쯤 사고 여객기는 미국 중부 캔자스주의 위치타시에서 출발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와 부딪쳐 인근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사고기는 아메리칸항공의 지역 노선을 운영하는 PSA항공의 캐나다 봄바디어 CRJ700로,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이 여객기에는 한국계 미국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과 러시아 출신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 등도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탑승해 훈련 비행을 하고 있었으며 고위직은 없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레이건 공항의 모든 이착륙은 전면 중단됐으며, 사고 현장에 소방 당국과 군·경이 급파돼 대규모 수색 작업을 펼쳤다. 30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 기준 30구 이상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미 NBC방송은 보도했다. 특히 강물의 수온이 낮아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비행편이 많은 공항 중 하나로 꼽히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통제되는 공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연방의회, 국방부를 비롯해 중요한 정부·군사 시설에 인접해 있어 여객기는 물론 군 헬리콥터를 포함한 각종 군용기 등의 비행도 잦기 때문이다.
당국은 항공기와 관제탑 간 교신 내용과 고도 변화를 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충돌 약 30초 전 관제사는 헬기 조종사에 여객기가 보이는지 물었고, 조종사는 “CRJ(여객기) 뒤를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관제사는 착륙하려는 여객기 뒤편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으나 해당 교신 후 여객기와 헬리콥터가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대해 “막을 수 있었던 나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여객기는 공항으로 완벽하고 일상적인 접근 경로에 있었다. 헬리콥터는 장시간 비행기를 향해 직진하고 있었다”며 “맑은 밤이고 비행기의 불빛이 훤히 보이는데 왜 헬리콥터는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제탑에서 여객기를 봤는지 묻는 대신 헬리콥터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애도 메시지를 냈다. 정부는 탑승객 명단 확보를 시도 중이며, 한국인 탑승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2009년 뉴욕주 버펄로에서 총 5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콜건항공 추락 사고 이후 16년 만에 벌어진 미국 내 최악의 여객기 참사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지금은 없어진 콜건항공의 사고기는 2009년 2월12일 밤 목적지 공항을 약 10㎞ 남겨둔 상공에서 급상승한 뒤 추락해 비행기에 타고 있던 49명 전원과 지상에 있던 1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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