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까지 전체 11개 금메달 중 72% 책임져…‘빙상 메카’ 우뚝
쇼트트랙 최민정 3관왕, 김길리·장성우 2관왕 등 금빛 질주
성남·화성·군포·의정부시 금메달 합작…지자체 홍보전 가열
신상진 성남시장 일찌감치 하얼빈行…김동연 지사 응원메시지
“대한민국을 빛낸 성남시 빙상팀 선수들은 시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여러분의 빛나는 열정과 투혼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9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열린 신상진 성남시장과 선수단의 간담회 모습입니다. 이 자리에서 신 시장은 최민정·김길리·김건희 선수와 가족들을 격려하며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신 시장은 일찌감치 하얼빈행 비행기표를 예약했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그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하얼빈 방문 계획을 밝히며 고된 일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 탓에 내복을 챙겨야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했나요? 신 시장은 이달 8∼9일 직접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이어갔습니다. 성남시 빙상팀 선수들은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습니다. 이처럼 하얼빈 ‘출장’을 마친 신 시장은 곧바로 선양시로 이동해 11일까지 국제자매도시 협약 등을 이어갑니다.
◆ 47억 아시아인 겨울축제…79명의 경기도 선수단
47억 아시아인의 겨울축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경기도 태극전사들이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소속 지방자치단체들에 웃음꽃이 맴돌고 있습니다. 신 시장 외에 김동연 지사와 정명근 화성시장도 격려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보도자료에 올리는 등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힘든 여건 속에서 직장인운동부를 지원해온 지자체들의 하얼빈 홍보전에도 불이 붙은 상태입니다.

10일 경기도와 성남·화성·군포·의정부시에 따르면 도내 시·군 소속 선수들은 전날까지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금메달 11개 가운데 8개(72.7%, 계주·팀전 중복 제외)를 쓸어 담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습니다.
전체 27개(금 11개, 은 9개, 동 7개) 메달 가운데 도 선수단이 획득한 메달도 14개(금 8개, 은 3개, 동 3개)에 이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6개 종목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225명 가운데 경기도체육회 소속 선수들은 모두 79명입니다.

‘쇼트트랙의 성지’ 성남시는 쇼트트랙에서만 금 4개, 은 2개를 획득했습니다. 화성시도 금 3개와 동 2개를 보탰고, 의정부시에선 ‘빙속 여제’ 김민선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홀로 금 2개와 은 1개를 책임졌습니다. 군포시 고교생인 ‘스노보드의 간판’ 이채운 역시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가장 주목받은 건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한 쇼트트랙이었습니다. 이달 8일 혼성계주 2000m에 출전한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 노도희, 김태성(이상 화성시)은 서울시 소속 박지원과 팀을 이뤄 첫 금메달을 신고했습니다. 이어 김길리가 여자 1500m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이름을 올렸고 최민정이 500m, 1000m에서 금메달을 보태 3관왕에 올랐습니다.

남자 1000m 결승서는 장성우(화성시)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혼성계주에 이어 2관왕이 됐고 1500m와 500m에서도 동메달 2개를 따냈습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스프린트에선 김민선, 이나현(한체대), 김민지(화성시)가 금메달을 합작했습니다.
2회 연속 종합 준우승의 희망이 보이면서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일찌감치 하얼빈행 항공기에 몸을 실은 신 시장은 헤이룽장 빙상센터에서 성남시 소속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틀간 빙상센터를 찾은 그는 방송 중계화면에 응원 모습이 잡히며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습니다. 신 시장은 “선수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좋은 성과를 거둬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정 시장 역시 연일 화성시 빙상부의 메달 소식이 이어지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화성시 빙상부가 전한 금빛 소식은 104만 시민들이 희망찬 한 해를 보내는 힘과 자부심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에 깊은 감사와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지사도 이달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하얼빈 쾌거”라며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는 “우리 경기도 선수단의 금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쇼트트랙 혼성 2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습니다.
◆ ‘조건 없는’ 지자체 지원 절실…일부 위태로운 운영
남은 건 ‘조건 없는’ 지자체들의 지원일 겁니다. 국내 유일의 실업팀으로 사실상 국가대표 상비군 역할을 맡은 수원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예산 부족으로 위태로운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단 26명 중 15명(코치 포함)이 수원시 소속입니다.
하지만 시의회의 예산 감축과 미온적 정부 지원 탓에 존폐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2018년 12월 국내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으로 ‘화려하게’ 창단한 지 7년 만에 팀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도내에선 시·군들이 체육 활성화를 위해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떠안지만 국비 보조 비율은 현저히 낮습니다. ‘수부도시’인 수원시의 경우 14개 직장인운동부를 운영 중이며 연간 예산은 110억원을 웃돕니다.
도내 비인기 동계스포츠단의 해체는 2010년 이재명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에서 일어난 쇼트트랙팀 해단이 대표적입니다. 2010년 7월 성남시는 채무 누적을 이유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했고, 같은 해 12월 15개 종목 가운데 쇼트트랙을 포함한 12개 종목 팀을 해체했습니다. 팀을 잃은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는 2011년 러시아에 귀화하며 후폭풍을 불러왔습니다.
안 선수는 앞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지만 무적(無籍) 상태로 있다가 귀화를 신청했고 넉달 만에 러시아 대통령 특별 명령으로 귀화가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러시아 대표팀 소속으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안 선수의 귀화를 두고 추후 정치권에서 책임공방이 일자 안 선수의 부친은 팀 해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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