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국제질서 적응 촉구
극우정당 대표와 회동도 논란
숄츠 총리 “美 내정간섭” 직격
유럽을 방문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선’을 넘는 정치적 언행과 행보가 논란을 빚고 있다. 공개 연설에서 유럽국가 정상들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 극우 정당을 두둔하는 등 과도한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미국에 적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의 리더십하에서 우리는 당신들과 견해를 달리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당신들이 공론의 장에서 생각을 말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방위비 분담 문제, 관세 부과, 그린란드 문제 등으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심지어 “내가 유럽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며 다른 어떤 외부 행위자도 아니라 유럽 내부로부터의 위협”이라면서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미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가짜뉴스 검증 등 자체 검열을 완화하는 가운데, 유럽은 극우사상을 걸러내기 위한 온라인상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독일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성향인 독일대안당(AfD)에 힘을 실어주는 연설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는 터라 밴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도 극우정치 옹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설상가상으로 밴스 부통령은 이날 AfD 대표를 직접 만나며 파문을 키웠다. 독일 ZDF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과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가 이날 뮌헨 시내 한 호텔에서 회동했다. 바이델 대표 대변인은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AfD와 어떤 경우에도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치권 원칙인 일명 ‘방화벽’ 등을 주제로 약 30분간 대화했다고 전했다.
결국,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밴스 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반발하고 나섰다. 숄츠 총리는 이날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AfD는 나치와 나치즘의 과거 끔찍한 범죄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서 “민주주의, 선거, 민주적 의견 형성 과정에서 외부인이 이 정당을 위해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속할지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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