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보호관 김용원, 자신 배제한 회의 ‘위법’ 주장
윤 일병 모친, 김용원 향해 “심의에 대해 의견 내지 말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윤승주 일병 사인 은폐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심의한다.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상임위원 대신 남규선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았는데, 이에 김 상임위원이 반발하고 있어 심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군인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유족·군인권센터 등이 윤 일병 사건의 사인이 은폐·조작됐다며 진정한 내용을 비공개로 심의·의결한다. 앞서 지난 2014년 부대 내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진 윤 일병의 유족은 2023년 4월 육군의 사망 원인 은폐·조작에 대해 진실 규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인권위는 ‘사건 발생 후 1년 이상 경과’를 이유로 각하를 결정했다.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이 결정이 군인권보호관인 김 상임위원의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윤 일병 유족은 ‘채 상병 사건’에서 인권위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긴급구제 건을 기각한 뒤 인권위에 항의 방문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 차원이란 것이 유족 측 입장이다.
결국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월 다시 진정을 넣으며 김 상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출했고, 인권위는 이를 수용하며 이번 상정이 이뤄졌다. 인권위법은 진정인이 위원의 공정성에 의문이 있을 경우 위원장에게 기피신청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원장은 당사자의 기피신청에 대해 별도의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다.
김 상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이번 소위원회는 군인권보호관인 김 상임위원 대신 남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는다. 군인권보호관이 군 관련 사건에서 제외된 것은 최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심의에서 본인이 제외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달 24일 김 상임위원 측은 제7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윤 일병 사건 진상조사) 2차 진정사건에 대해선 각하 결정 외 선택의 여지가 전무하다”며 “회의 개최 자체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윤 일병 모친 안미자씨는 김 상임위원을 향한 비판 입장문을 냈다. 안씨는 입장문에서 “군대 내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이라는 자가 이 귀한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인 도구로 더럽히고 욕되게 하고 있다”며 “채 해병 죽음의 진실을 밝힌 박정훈 대령을 보호해주지 않는 것으로 시작해 그런 자신을 비판한 우리에게 보복하듯 사건을 각하하고, 또 그것에 항의하는 유가족과 인권활동가들을 고소·고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계엄 세력과 윤석열 (대통령) 지킴이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이) 군인권보호관 역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으니 심의에 대해 의견을 내지 말라”며 “이미 당신은 이 심의에서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사인 조작과 관련해 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주를 살해한 자들은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고 또 받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기간 구타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만두 먹다가 질식해서 죽었다고 조작, 은폐했던 군대의 잘못은 아직도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일병은 2014년 4월7일 육군 제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 등 가혹 행위로 사망했다. 당시 군 당국은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 목이 막혀 죽었다’며 사인을 은폐하려 했으나, 시민단체와 언론의 문제 제기로 가혹 행위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군인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처음 규정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독립적인 군 인권 감시 기구인 군인권보호관 도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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