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신뢰관계 파탄’ 이유로 계약 해지 정당성 주장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 간 전속계약 분쟁이 본격적인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를 상대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가운데, 법원은 이를 “특이한 경우”로 규정하며 신중한 판단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3일 오전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본격적인 공방에 앞서 조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도어 측은 “합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뉴진스 측은 “피고들의 심리적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합의를 생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어도어 측은 “피고들은 민희진 전 대표가 없으면 활동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어도어 측 변호인은 “민희진의 기여는 인정하지만, 그녀 없이는 뉴진스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과장”이라며 “뉴진스는 이미 민희진 없이도 홍콩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브 산하 계열사인 어도어는 업계 1위 기획사로, 충분히 대체 프로듀서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뉴진스 측은 단순히 프로듀서의 부재 문제가 아니라 ‘소통 부재’와 ‘신뢰관계 파탄’이 계약 해지의 핵심 사유라고 반박했다. 뉴진스 측 변호인은 “약 6~7개월간 대안을 제시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어도어는 이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새 경영인이 하이브의 지시를 받는 체제로 전환되면서 과거 피고들이 신뢰했던 어도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법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어도어 측은 민 전 대표의 퇴진 과정을 두고도 “축출이 아닌 자발적 사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프로듀싱을 제안했지만, 민희진은 ‘대표이사가 아니면 활동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거절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청취한 뒤 “아이돌이 정산 한 번 받지 못한 채 계약 종결을 요구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신뢰 파탄’을 이유로 한 해지 요구는 이례적”이라며 “신뢰관계 파탄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지난 3월 21일 어도어가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인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뉴진스는 본안 판결 전까지 어도어의 동의 없이 독자 활동을 할 수 없다. 뉴진스는 가처분 결정 직후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틀 뒤 홍콩 무대에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뉴진스 측의 가처분 이의 제기에 대한 심문은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며, 전속계약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은 오는 6월 5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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