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고치기 위해선 약 필요
인플레 전혀 없어… 금리 인하를”
행정부서도 “불안정 견뎌낼 것”
정인교 통상본부장 이틀간 방미
상호관세율 하향 위해 협의 나서
50개 이상 국가 협상 개시 요청
美와 관세 후속논의 본격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경기 침체 우려와 반발, 증시 폭락 속에서도 ‘버티기’에 돌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의 불안정성은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며 무역 적자를 해소할 때까지 관세 조치를 거둬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찾아 25%로 책정된 한국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상호관세 부과 이후 지난주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과 관련해 “때때로 무엇인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며 “미국은 무역에서 1조9000억달러(약 2782조원)의 손해를 (계속) 볼 수 없다.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중국, 유럽연합(EU), 다른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며 “우리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1조달러(약 1464조원)이며 우리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경기 확장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7일 이른 아침에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전혀 없다”면서 “느리게 움직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적었다.
행정부 인사들에게서도 일제히 주가 폭락, 물가 인상,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언급들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경기침체를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때로 단기적 시장 반응을 경험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가 폭락에 대해 “매우 인상 깊었던 것은 금요일(4일) 기록적 거래량을 기록했고, 모든 것이 매우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 국민은 이 사실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을 예고한 중국, EU도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의 국가는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8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하고 상호관세 관련 협의에 나선다. 산업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과 향후 계획을 파악하고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관세조치가 글로벌 통상환경과 한?미 교역 및 투자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고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사태”라며 “가능한 한 빨리 방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은 24%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았다. 36%의 상호관세율을 책정받은 태국은 미국산 에너지, 항공기, 농산물 수입 확대 방침을 밝혔다.

앞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50개 이상의 국가가 대통령에게 협상 개시를 요청해왔다는 보고를 어젯밤 USTR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를 협상 개시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각국과의 협의가 진행되더라도 9일 이후 유예 없이 상호관세 부과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연기는 없다. 며칠 또는 몇 주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