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매도 몰려 사이드카 발동도
환율 1467.8원… 5년래 최대폭 급등
日·中 등 7%대 급락, EU도 충격파
美·中 관세전쟁 예고에 공포 확산
외환당국, 시장 안정화 대응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트럼프(Trump) 대통령이 관세(Tariff)를 무기화해 일으킨 경기침체 공포라는 점에서 ‘T공포’로 불릴 만하다.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2400선이 무너졌고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월요일 주가 대폭락 사태) 이후 약 8개월 만에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코스피선물 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다.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7.83%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7.34%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3.22% 떨어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 출발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개장 직후 전장보다 6.3 하락했고, 독일 닥스는 장 초반 한때 10.26까지 하락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에 장을 마감했다. 하락률과 하락폭 모두 작년 8월5일 이후 최대다.

이날 지수는 전장 대비 106.17포인트(4.31%) 내린 2359.25로 출발했다. 장중 저가인 2327.01은 2023년 11월1일(2288.64)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았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같은 날(2301.56) 이후 최저다. 이날 코스피 상장 시가총액은 1907조5910억원으로 내려앉아 전날 대비 112조원가량 감소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1월 3일(1998조1260억원) 이후 3개월 만이다.
장 초반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 오전 9시12분부터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이 1분 이상 지속될 때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36.09포인트(5.25%) 내린 651.30으로 마감하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5%대 폭락을 기록했다.
이번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에서 촉발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국내 증시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초기엔 제한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중국의 보복 관세 예고로 충격이 확산되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투자 심리 위축으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도 전일보다 4.10% 내린 7만9548달러에 거래되면서 8만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외환시장에서도 나타났다.
환율은 지난 4일 1434.1원(이하 주간거래)까지 떨어졌으나,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5년여 만에 최대폭 급등하며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후 하락분을 고스란히 되돌렸다.
원·엔 재정환율도 이날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서며 2022년 3월22일(오후 3시30분 마감가 1011.75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10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24시간 점검체제를 통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가용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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