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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대신 이불 속…20대 ‘쉬었음’ 인구, 역대 최다

입력 : 2025-04-08 16:20:32 수정 : 2025-04-08 16: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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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실업자 6만9000명…전년 대비 2000명
한 시민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구인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장기 실업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쉬었음’ 상태의 청년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스1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퇴사한 박지훈(가명·28) 씨는 요즘 자주 이력서를 내려놓는다. 퇴사 후 벌써 6개월째 구직 중이지만, 마음에 드는 일자리는 드물고, 그나마 면접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이젠 이력서 쓰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이제는 아예 구직 의지도 흐려졌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구직을 길게 이어가다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실업자(4개월 이상 구직) 중 15~29세 청년층은 6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2000명 늘었다. 청년 장기 실업자 수는 2020년 이후 4년 연속 줄다가, 지난해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전체 장기 실업자 22만7000명 중 청년층이 30.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30대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특히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 가능성이 낮아지는 ‘고착화’ 현상이 우려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실업 기간이 1개월 늘어날 때마다 취업 확률은 1.5%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노동시장 자체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50만4000명에 달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은 일할 의사나 병이 없음에도 단순히 “그냥 쉰다”고 답한 사람들로,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 유휴 인력이다.  

 

특히 올해 2월 기준 ‘쉬었음’ 청년 중 71.4%는 과거 취업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게 아니라, 한 번 일해본 후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선택을 한 경우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1000명이 늘었고, 이 중 거의 88%가 기존 취업 경험자였다.

 

경총은 “이는 단순한 구직 포기 문제가 아니라, 일을 했지만 원하는 조건을 찾지 못하고 떠나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고용시장 전체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낙인 효과, 직무 공백 등으로 인해 장기 실업자일수록 구직 시장에서 불리해지고, 이는 청년층의 경제활동 단절과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총은 대응책으로, 산업현장과 연결된 직무 교육과 실전형 훈련 강화를 제안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SSAFY’, LG AI연구원의 ‘에이머스’ 같은 민간 고용지원 프로그램이 청년층 직무 역량 강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총 최문석 청년ESG팀장은 “진로 탐색이 늦어진 청년, 퇴사 후 다시 일하기 어려운 청년 모두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유휴 인력이 노동시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함께 구조를 개선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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