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고(故) 김수미는 살아생전 손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tvN, Olive ‘수미네 반찬’, SBS Plus ‘밥은 먹고 다니냐’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김수미의 음식 솜씨는 증명된 바 있다. 그는 김치, 반찬 등을 판매하는 음식 사업에도 도전해 홈쇼핑 완판 신화를 쓴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수미는 또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맛 좋은 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며 밥심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정을 베풀었다. 배우 황신혜가 대표적이다.
2021년 5월 방송된 TV조선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한 김수미는 황신혜와의 각별한 인연을 밝혔다. 요리 대접이 취미라고 알려진 김수미에게 허영만은 “가장 많이 신세 진 연예인이 누구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수미는 “예전에 황신혜 씨가 (이혼 후) 혼자됐을 때 매일 아침부터 와서 아침밥부터 먹었다. 먹고 저 일 나가면 집에서 혼자 자고 저녁에 갔다. 우리 반찬이 그렇게 맛있다더라”며 황신혜에게 나눴던 정을 고백했다.

황신혜도 직접 이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앞서 2018년 8월 방송된 tvN ‘수미네 반찬’에 게스트로 출연한 황신혜는 김수미와의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수미는 “황신혜랑 추억이 많다. (황신혜가) 첫 번째 이혼을 하고 마음이 힘들 때 하루 종일 우리 집에 있었다. 아침에 와서 밥 먹고 자다가 2시쯤 일어나서 밥 달라고 해서 주면 먹고 또 들어가 잤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이에 황신혜는 “우리 집보다 수미 언니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며 고마워했고, 김수미는 “우린 정말 친자매처럼 지냈다. 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신혜는 “우린 밑바닥까지 다 아는 사이다. 내가 잘못 풀면 수미 언니 큰일 난다”고 덧붙였고, 김수미는 “내 비리를 다 알고 있다”고 인정해 유쾌한 케미를 선보였다.
황신혜는 1987년 패션업체 대표의 자제와 첫 결혼을 하며 연예계에서 은퇴했으나 9개월 만에 이혼했다. 이후 영화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복귀한 그는 1998년 중견 재벌 2세와 재혼했으나, 1999년 딸 이진이를 낳은 후 2005년 두 번째 결혼생활을 정리했다.

김수미에게 음식으로 위로받은 이들은 연예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김수미는 남편과 사별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 묵직한 감동을 안긴 바 있다.
2019년 11월 방송된 ‘밥은 먹고 다니냐’에서는 한 임신부가 만삭의 몸을 이끌고 홀로 김수미의 가게를 찾았다. 이 모습을 본 김수미는 의아해하며 “왜 혼자 왔어? 애들이랑 안 오고? 아빠는?”이라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여성은 “사별했다. 남편이 아기의 존재도 모른 채 떠났다”며 7개월 전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연을 알렸다.
김수미는 안타까운 사연에 올라오는 눈물을 꾹 참으며 입덧을 하는 여성을 위해 된장찌개와 간장게장, 직접 담근 겉절이를 따로 준비해서 냈다. 이 여성이 식사를 끝내고 가게를 떠나려고 하자 김수미는 여성이 잘 먹던 반찬을 챙겨주며 조용히 명함을 건넸다. 김수미는 “나한테 꼭 전화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스카프를 여성의 목에 직접 둘러주며 “감기 걸리지 마”라고 마지막까지 따뜻한 진심을 전해 뭉클함을 선사했다.

김수미의 후한 음식 인심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전해졌다. 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휩쓸고 갔을 당시, 홈쇼핑에 납품할 김치를 거제도와 부산에 모두 기부한 사연은 훈훈한 미담으로 남아있다.
지난 50여 년 동안 ‘국민 엄마’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수미는 지난해 10월 향년 75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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