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안 꾸미고, 안 먹고, 안 사요”...미용업 줄고 식당들 사라진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이슈플러스

입력 : 2025-04-13 05:18:26 수정 : 2025-04-13 10:13: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작년 서울 네일숍 335곳·외식업 1775곳 사라져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하루에 예약손님이 한명도 없는 날도 있어요.”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국모(40)씨는 기자를 만나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건비 부담을 아끼려 직원을 두지 않고 공동창업자인 유모(37)씨와 운영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손님이 줄면서 매달 내야 하는 월세 등 비용마저 부담이다. 국씨는 “지난해 여름을 지나고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원래 연말연초엔 모임이 많아 매출이 나아지는 게 정상인데, 지난해엔 계엄이 터지면서 이후 회복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네일숍에서 국씨가 시술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서초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34)씨도 상황이 비슷하다. 주말에 대다수 디자이너들의 예약이 꽉 차던 곳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씨는 “펌 손님 자체가 확 줄었다. 염색이나 커트처럼 미용실에서만 받을 수 있는 손님만 남아있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펌 비용이 가장 비싸다보니, 집에서 스스로 머리 손질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현상이 장기화하며 소비자들이 연이어 지갑을 닫자 자영업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미용이나 외식처럼 당장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업종부터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13일 세계일보가 서울 소재의 네일숍과 외식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두 업종이 유독 다른 업종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네일숍 업체 수는 2020년 1분기 3027곳에서 매분기 꾸준히 늘며 2023년 4분기 4061곳으로 확대됐는데,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전환, 4분기 3726곳으로 조사됐다. 1년 새 335곳이 폐업한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매분기마다 업체 수가 꾸준히 늘 정도로 호황기를 누리던 네일숍 시장이 이번 불황은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매분기 업체수가 꾸준히 늘며 13만6000곳을 넘긴 외식업도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4분기 기준 13만4761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에는 비수기인 겨울을 거치며 미용업과 외식업 모두 이보다도 더 많은 수의 업체가 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을지로에서 20년 넘게 식당 운영을 해온 김모(58)씨는 “매년 어렵다어렵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단골손님 말고는 새로운 손님이 확 줄었다”며 “아무래도 먹고살기 팍팍해지니까 외식을 줄이지 않았겠나.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골목 식당 사정도 비슷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입구역 인근 상가가 공실로 방치돼 있다. 뉴시스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다보니 금융권 연체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저축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11.70%다. 2015년 2분기(11.87%)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3.67%로, 2014년 2분기(3.69%)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가 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수가 쪼그라들다 보니 기업이 어려워지고, 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트럼프 고관세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기업의 어려움이 고용과 투자를 축소하고 이는 곧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 지난해 계엄부터 시작해 탄핵, 조기대선까지 정치적 문제까지 얽히면서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이럴 땐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빨리 정치가 안정돼야 하겠고, 글로벌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기업보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오마이걸 효정 '사랑스러운 하트 소녀'
  • 신현지 ‘완벽한 비율’
  • 노정의 '눈부신 미모'